핸디캡 1번 홀이 그 골프장에서 가장 어려운 홀이 아닐 수도 있다.
핸디캡 1번 홀이 그 골프장에서 가장 어려운 홀이 아닐 수도 있다.

스코어카드 해프닝몇 주전에 포천의 Mcc에 라운드를 갔었다. 매년 KPGA 대회를 개최하며 금년에는 KLPGA대회도 개최했던 명문 코스여서 기대가 컸다. 필자의 기대는 라운드를 시작하기도 전에 실망으로 바뀌었다. 출발 전에 우리 일행은 36홀 중에서 우리가 나갈 프로대회 코스의 스코어 카드를 요청했다. 캐디는 스마트스코어 도입 후에 스코어 카드는 더 이상 배부하지 않는다고 쌀쌀하게 대답하고 그만이다. 필자는 골퍼에게 스코어 카드가 왜 필요한지 설명하고, 그린피가 그렇게 비싼 골프장에서 스코어 카드를 없애는 것은 손님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것도 설명했다. 그 캐디는 1번홀을 출발한 후 자기의 소지품을 뒤지더니 A4용지에 복사를 한 스코어 카드를 한 장 내어 놓았다. 마지막 스코어 카드를 복사한 것이라는데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꺼낸다는 해명을 하며 이런 경우 자기도 미안하다는 사과도 했다. 필자는 라운드가 끝난 후 골프장 책임자와 면담을 요청하여 최대한 빨리 스코어 카드를 새로 인쇄하겠다는 답변을 듣고 골프장을 떠났다. 그 골프장이 지금은 스코어 카드를 배포하고 있는지 궁금하다.코스레이팅 공인기관 대한골프협회지난 칼럼에서 왜 스코어 카드가 필요한지 설명한 바 있다. 자기가 플레이 할 티박스에서 코스의 총 길이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스코어카드에 나와있는 코스레이팅을 이해하는 골퍼라면 일단 명랑골퍼의 수준을 넘는 진지한 골퍼임에 틀림없다. 코스레이팅은 코스의 난이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수치인데 USGA가 개발하여 전 세계가 공용하고 있는 코스 난이도 평가 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한골프협회가 USGA의 공인을 받아서 코스레이팅을 대행할 수 있는 유일한 단체인데, USGA에서 직접 교육을 받은 코스레이터들이 미국과 똑 같은 방식으로 레이팅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550개가 넘는 골프장 중에서 대한골프협회의 공식 레이팅을 받은 골프장은 100개도 안된다. 골프장의 숫자가 외형적으로는 크게 증가했지만 가장 기본적인 코스 레이팅을 무시한 채 영업을 하고 있는 골프장의 경영자들을 이해할 수 없다. 대한골프협회의 코스 레이팅 비용이 비싼 것도 아닌데 이런 기본을 무시한다면 우리나라가 골프의 선진국이라고 말하기 부끄럽다. 필자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뒤진 동남아의 골프 후진국에 가서도 코스레이팅이 안되어 있는 코스를 보지 못했다.코스 레이팅 수치 이해 방법스코어 카드에는 코스 레이팅(Course Rating)의 수치와 슬로프 레이팅(Slope Rating)의 수치가 별도로 표시되어 있다. 코스 레이팅은 핸디캡이 0인 스크래치 골퍼를 평가하는 수치인데, 블랙 티에서 74.2, 화이트 티에서 70.5 라면 스크래치 골퍼에게는 화이트 티가 3.7타 정도 쉬워진다는 뜻이다. 슬로프 레이팅은 보기 골퍼를 기준으로 난이도를 평가하는 수치인데 기준 수치인 113 이라는 숫자를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블랙 티에서 136이고 화이트 티에서 121이라면, 핸디캡 18의 플레이어는 블랙 티에서 21.7타 (136/113x18), 화이트 티에서는 19.3타 (121/113x18)를 오버하면 자기의 핸디캡을 쳤다는 뜻이다. 슬로프 레이팅이 복잡해 보이지만 일반 아마추어 골퍼가 기준값 113을 기억해 두면 꽤 전문적 지식이 있는 골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스코어 카드에 코스 레이팅 정보가 없는 골프장이라면 일단 명문코스가 아닌 것으로 의심해도 좋으며 그 골프장 경영진의 골프지식을 의심할 수 있는 것이다.핸디캡 인덱스는 홀의 난이도가 아니다스코어 카드에는 핸디캡 인덱스가 전반에 홀수로, 후반에 짝수로 1부터 18까지 표시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홀의 난이도에 따라서 순서를 정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지만 사실은 그 개념이 아니다. 핸디캡 인덱스는 매치 플레이에 필요한 순서로서 잘 치는 플레이어가 상대방에게 3스트로크를 잡아줘야 한다면 핸디캡 인덱스1번 2번 3번 홀에서 한 스트로크씩을 잡아 주라는 뜻이다. 각 홀에서 싱글 핸디캡 플레이어들의 평균타수와 20-28 핸디캡 플레이어들의 평균타수를 비교하여 그 차이가 가장 큰 홀이 핸디캡 1번홀이 된다. 따라서 누가 봐도 코스에서 가장 어려운 홀이라고 동의하는 홀이라도 핸디캡 3번 또는 5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 홀은 코스에서 가장 어려운 홀이지만 잘 치는 그룹과 기량이 떨어지는 그룹의 평균 스코어 차이가 예상보다 작다는 의미이다. 반면에 중간에 연못만 넘기면 쉬운 홀이라고 생각되는 홀이 핸디캡 1번홀이 되기도 한다. 그 연못은 하이 핸디캡 골퍼들에게 예상보다 훨씬 어려운 장해물로 플레이 되어 잘 치는 플레이어 그룹과 평균타수 차이가 커 지게 되는 경우이다. 남자와 여자 플레이어의 핸디캡 인덱스 순서가 달라지기도 하는데 매치 플레이가 연장전으로 갈 경우에 대비해서 1번 홀과 9번 홀에는 핸디캡 인덱스 1번을 정하지 않는 것이 관례이다. 대한골프협회의 공식적인 코스레이팅을 받지 않은 골프장들이 정한 핸디캡 인덱스가 이런 개념들을 바르게 적용했는지 알 수 없다. 이번 칼럼은 조금 복잡해졌지만 진지한 골퍼라면 알고 있어야 하는 상식들이다.*골프 대디였던 필자는 미국 유학을 거쳐 골프 역사가, 대한골프협회의 국제심판, 선수 후원자, 대학 교수 등을 경험했다. 골프 역사서를 2권 저술했고 “박노승의 골프 타임리프” 라는 칼럼을 73회 동안 인기리에 연재 한 바 있으며 현재 시즌2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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