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시끄럽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소속 특별감찰반이 금감원 간부 2명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대상은 공교롭게도 지난해 파생결합펀드(DLF) 처리를 두고 은행들과 대립각을 강하게 세웠던 금감원 간부급 인사 2명이다. 둘 가운데 한명은 6월 초 금감원 인사에서 부원장 후보 1순위에 올랐던 인사로도 알려진다. 통상 1순위 후보가 되지만 이번엔 2순위가 됐다.

금감원이 시끄러운 이유는 청와대 감찰 기능이 금감원에 징계를 요구할 권한이 있느냐 여부 때문이다. 청와대 민정실의 감찰 대상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기관장과 임원이다. 이번에 징계 요구가 이뤄진 2명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보직이 아니다. 감찰 대상이 아닌 인사가 중징계 요구를 받게 되면 월권 논란이 벌어진다. 어색한 중징계 요구 탓에 여러가지 해석들이 나온다. 2명은 지난해 DLF 사태 당시 은행권을 상대로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금감원내 ‘강성파’로 분류된다.

은행권의 ‘투서’ 탓에 감찰이 시작됐다는 설도 나돈다. 법률상 윤석헌 금감원장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지만 금융권에서는 ‘언제 금감원장 바뀌나’는 말들이 무성하다. 꽤 간절한 바람의 수준이다. 하긴 그동안 임기를 꽉 채운 금감원장이 없기는 했다.

의아한 부분은 금감원 간부에 대한 징계 이유다. 우리은행 영업점 직원들이 휴면계좌 비밀번호를 무단으로 변경해 개인 영업실적으로 올렸던 사안을 뒤늦게 처리했다는 사유다. 지난해 해당 금감원 검사국은 DLF 사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서 검사 여력이 없었다. 통상 검사에서 징계까지 1년 이상 걸리는 사안이 적지 않은데도 이를 ‘직무감찰’로 중징계 요구했다. 금감원 안팎에선 금감원 감사실이 해야할 역할을 청와대 민정실이 했다는 불만도 나온다.

윤 원장 입장으로선 갑작스러운 논란으로 머리속이 복잡해졌다. 부원장 인사 발표 덕에 한숨돌렸던 상황에서 청와대로부터 ‘중징계 요구’가 나오자 고심이 깊어진 것이다. 올해 2월 인사에서 금감원 내 핵심 보직으로 옮겨간 국장급 인사와 윤 원장과 호흡이 잘 맞는 것으로 알려진 부원장보급 인사에게 중징계를 내렸다간 당장 ‘봐주기 검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간접 인정하게 되는 셈이 된다. 그렇다고 징계를 하지 않을 경우엔 청와대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다.

사실 금감원 부원장 인사는 6월초 이뤄지는 것이 정설로 알려진다. 금감원 부원장 인사에 필요한 청와대 검증 등에는 한달 가량이 소요되는데, 4월 하순께 부원장 인사초안이 올라갔고 그 사이 ‘황금연휴’가 끼어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6월초 부원장 인사발표는 통상의 수순에 따른 것이다.

금감원이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금융사들에 대한 감독권한을 가진 금감원이 제대로 서야 소비자보호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장 키코(KIKO) 보상 문제로 금감원은 은행과 피해자들 사이 중재를 해야하는 입장인데 조율이 쉽지 않다. 라임펀드 사태에 대한 보상 문제 역시 금감원이 ‘배드뱅크’ 설립을 요구해 성사된 사안이다.

금감원이 흔들릴 경우 금융사들은 물론 피해자들 역시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기 어려워질 개연성이 있다. 사실상 윤 원장을 재신임한 청와대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이번 일련의 사태로 금융권에 대한 금감원의 장악력이 손상을 입었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