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올 연말 미군 철수를 앞두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유령 경찰’ 논란이 재발됐다. 미국과 국제사회가 아프간 재건을 위해 투입한 수억달러의 자금이 유엔의 감시 소홀 속에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에 따르면 미국 의회 산하 아프간재건특별감사관실(SIGAR)은 6일(현지시간) 이 같은 의혹과 관련해 헬렌 클라크 유엔개발계획(UNDP) 총재와 나눈 서한들을 공개했다.
문제가 된 자금은 아프간 경찰(ANP)과 관료들에게 급여ㆍ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지난 2002년 설립한 ‘아프간법질서신탁기금’(LOFTA)이다.
국제사회가 지금까지 출연한 기금액 규모는 31억7000만달러(약 3조3843억원)이며, 이 가운데 미국의 공여금만 12억달러(약 1조2811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이 LOFTA를 관리하는 UNDP의 감시ㆍ감독이 허술해진 틈을 타 아프간 정부가 무분별하게 기금을 빼돌리고 있다는 게 SIGAR의 지적이다.
존 소프코 SIGAR 실장이 지난달 12일 클라크 총재에 보낸 서한에 따르면, 아프간 내무부가 지난 10여년 간 ‘급여 공제’ 명목으로 착복한 기금은 2억달러(약 2135억원)에 이른다.
또 아프간 내무부는 관료 급여명부에 허위 등록한 ‘유령 직원’들에게 봉급을 지급한다면서 막대한 LOFTA 재원을 챙긴 의혹을 받고 있다.
미국 국방부가 별도로 시행한 회계감사에서도 내무부는 연금 미지급액이라며 보유하고 있던 1740만달러와 지난해 발생한 추가 급여공제액 1000만달러의 사용처 등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 국방부가 이러한 의혹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자 아프간 국방부 관료들은 “조사를 계속하면 (조사관들의) 목숨이 위험해질 것”이라고 위협까지 했다고 FP는 전했다.
이에 대해 UNDP는 자체 조사를 통해 아프간 정부가 지급받아 쓴 부적격 지출액이 1500만달러에 이르며 내무부가 부당 청구한 기금이 2300만달러라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UNDP의 감시 소홀에 대한 SIGAR의 비판에 대해선 “연금 공제를 결정하는 것은 아프간 정부의 주권”이라면서 “아프간 내무부의 세금 공제 과정을 감사ㆍ조사할 제도적 권한이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SIGAR는 지난 2011년 보고서를 통해 UNDP의 LOFTA 재원 관리 방식이 미흡하다고 처음 지적했다.
올 2월에는 소프코 SIGAR 실장이 케빈 웬들 아프간 연합안보이양사령부 사령관에게 이를 재지적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낸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