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으로 총체적 위기 직면
본격적인 ‘쇼크’는 지금부터 시작
재정·금융지원 총동원에도 한계
특단대책 요구 불구 ‘시간과의 싸움’
‘코로나19’ 사태의 후폭풍이 심각한 양상을 띠면서 우리경제 위기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서비스업 등 내수 부문에 충격이 집중됐지만, 우리경제의 핵심동력인 수출이 반토막이 나고 고용대란이 본격화하면서 총체적 위기의 늪에 급속히 빨려들어가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진짜 경제위기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자동차·정유·철강·전자 등 우리경제를 이끄는 대기업들이 최근 3~4개월 동안에는 이전에 비축해놓은 ‘체력’으로 견딜 수 있었지만, 수출이 반토막 나는 상황이 2~3개월 지속되면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15일 기획재정부는 ‘그린북(최근 경제동향)’ 5월호를 통해 “최근 우리경제는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내수 위축으로 고용지표 부진이 지속되고 수출 감소폭이 증가하는 등 실물경제의 하방위험이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마디로 지금의 어려운 상황이 앞으로 더 심화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다.
최근 실물지표를 보면 내수의 경우 위축의 정도가 일부 완화되는 모습이다. 3월에 34.6% 격감했던 백화점 매출액 감소율은 4월에 -14.7%로 줄었고, 2월에 19.6% 줄었던 할인점 매출액도 4월엔 감소폭이 -0.9%로 축소됐다. 국산 승용차 판매량은 2월에 24.6%나 격감했지만 3월(13.2%)과 4월(11.6%)엔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며 소비가 꿈틀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본격화하는 고용대란이 소비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취업자 수는 3월 19만5000명 감소에 이어 4월엔 외환위기 이후 21년만의 최대폭인 47만6000명 감소했다. 실업자가 117만명에 달한 가운데 150만명에 육박하는 일시휴직자와 80만명을 넘는 취업준비자 등을 포함하면 잠재실업자가 600만명에 육박한다. 고용시장이 얼어붙은 상태에서 소비가 활기를 되찾길 기대하긴 어렵다.
더욱 심각한 것은 수출이다. 올들어 마이너스 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수출은 감소폭이 3월 -6.2%에서 4월 -17.9%, 5월 1~10일엔 -46.3%로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한 봉쇄조치로 미국과 유럽 경제가 마비되는 등 글로벌 공급망의 교란이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의 특성상 수출 붕괴는 지금까지의 내수 위축 차원을 뛰어넘는 엄청난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수출이 타격을 받으면 우리경제의 기둥인 반도체를 비롯해 자동차·정유·철강 등 주력산업이 휘청이고, 이 부문에서 부실이 발생하면 금융시스템도 급속히 붕괴할 수 있다.
지금의 우리경제는 내수 중심의 위기에서 수출을 포함한 총체적 위기로 가는 길목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지금까지의 경기부진이 위기의 ‘예고편’이었다면, 이제부터 실물경제 위기와 고용대란 등 사회위기가 동시·복합적으로 몰아칠 가능성이 많다는 진단이다. 이러한 위기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코로나19 전염병이 종식되기 이전까지 지속될 것이란 점에서 우려가 크다.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자영업 등 경제단체들과 정치권에선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로서도 한계가 명백하다. 정부는 지금까지 250조원 규모의 재정·세제·금융지원방안을 마련·추진하고 있지만,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구멍’을 모두 막아내기엔 역부족이다. 정부·기업·가계 등 모든 경제주체들이 최악을 염두에 둔 기나긴 ‘시간과의 싸움’에 나서야 할 때인 셈이다. 이해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