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딸이 생일선물로 스마트워치를 선물해줬다. 내 일상이 이 조그마한 기기를 통해 데이터로 쌓이는 것을 보니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아직 그 생각들은 이 기기가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 문득 ‘내가 만들어낸 데이터의 주인은 누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데이터를 내 일상으로 만들었음에도 기업은 무상으로 그 데이터를 이용해 이름 모를 누군가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데이터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드러나는 부분으로 유통구조가 비정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을 예로 들면 작곡가가 음악을 만들면 플랫폼 사업자들이 대중에게 그 음악을 유통한다. 소비자는 음악을 들으며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여기서 발생한 저작권 수익을 작곡가가 받게 된다.
그렇다면 데이터는 어떠한가? 데이터 또한 나에 의해 생산되는 재화라 할 수 있다. 데이터를 21세기의 석유라 부르지 않던가. 우리는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등 다양한 기기로 나만의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내가 만들어낸 데이터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이 다른 창작물과의 차이다.
기업이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니 그에 상응하는 대가로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한다기보다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접하게 되는 광고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우리가 데이터를 제공하고 기업이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는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 영국을 비롯한 데이터 산업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서비스 이용자를 ‘데이터 제공 노동’을 하는 ‘디지털 노동자’로 봐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우리 정부에서도 ‘마이데이터’ 사업을 통해 데이터 활용체계를 기관 중심에서 정보 주체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논의가 필요한 이유는 단순히 데이터를 생산해서 돈을 벌기 위한 것도 아니고, 데이터 활용을 막자는 것은 더욱 아니다. 지금은 많은 플랫폼 기업들이 이용자를 늘려 생태계를 선점하기 위해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승자가 생태계를 독점하게 되는 순간 우리가 무료인 것처럼 사용했던 서비스는 더 이상 무료가 아니게 될 가능성이 크며, 승자는 무한한 권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조지 오웰은 소설 ‘1984’에서 ‘빅브러더’가 텔레스크린, 사상경찰 등으로 인간을 통제하는 미래를 묘사했다. 데이터 경제 시대로 일컬어지는 21세기 현실에서는 데이터가 빅브러더의 통제 수단이 될 지도 모를 일이다. 과거 독재와 달리 디지털 독재는 한 국가 차원의 독재가 아닌 전 세계 차원의 디지털 경제 독점, 독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그 심각성이 더욱 크다.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듯 데이터에 대한 주권도 우리 자신에게 있어야 하지 않을까.
올 초에는 데이터 3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불필 요한 규제를 걷어내고 과학적 연구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의 범위가 넓어졌다는 데 의미가 있고 반가운 일이다. 그런 만큼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활용해 새로운 지식과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다. 여기에 더해 우리가 만들어낸 데이터에 대한 정당한 가치와 주권도 인정받는 시대가 오기를 기대해본다.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