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30년 간 ‘철의 장막’으로 불리며 냉전시대 동서 분열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던 독일 베를린장벽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누군가가 벽의 일부를 떼 기념품으로 팔거나 훼손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를린장벽이 독일보다 해외에 더 많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5년 전 통일의 기쁨을 만끽하고 무너뜨리면서 장벽이 사라지기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일각에서는 분단의 아픔을 기억하자며 보존을 요구하는 사람도 나오고 있다.

미국 NBC방송은 6일(현지시간) 벽 일부가 잘려져 팔리고 외관이 훼손되거나 불도저로 간단히 철거되면서 독일인들과 관광객, 전문가들이 이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껌이 덕지덕지 붙은 장벽도 있다. 캐나다 여행객인 레이철 매컬리스터는 “남아있는 베를린장벽을 보러 왔는데 풍선껌으로 훼손된 모습을 보니 거슬린다”고 말했다고 NBC는 전했다.

케냐에서 온 관광객 리디아 오쿠토이는 “삶에서 잃었던 것을 다시 상기시키기 위해서는 장벽의 더 많은 부분들이 보존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온전하게나마 조금 길게 이어져있는 벽은 얼마 남지 않았다. 베르나우어 거리 기념장소와 독일 재무부 건물 옆 베를린장벽 기념비 등이다. 90마일 길이의 장벽은 이제 드문드문 형체만 찾아볼 수 있을 뿐이다.

브란덴부르크문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한 주인은 벽의 잔해 4개를 가져와 각각 1만달러에 팔기도 했다. 그는 “과거엔 벽이 빨리 사라져야 한다는 느낌이 강했었다”고 밝혔다.

일부 벽들은 따로 옮겨져 보관돼 있기도 하다. 포츠담광장에는 콘크리트로 된 6개의 장벽 잔해가 철제 구조물과 유리로 전시돼 있다.

독일 정부도 이제 보존정책의 필요성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베를린장벽이 대체 전세계 어디있나’란 제목의 책을 출간하면서 240개의 T자형, L자형 벽 잔해들의 위치를 확인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베를린장벽 잔해는 독일보다 해외에 더 많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독사회주의 독재연구재단의 틸먼 귄터는 “미국에만 80~85개의 잔해가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포츠담 광장 쇼핑몰 내부에선 벽을 기념하는 기념전시회가 열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