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부터 BTS까지…‘힙스터’들 열린 창구
유명가수도 데모곡 올려 팬들 반응 점검
2020년 제62회 그래미어워드에서 ‘올해의 앨범’을 비롯해 5개 부문 주요 상을 휩쓴 빌리 아일리시가 전 세계 음악계에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 2016년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서였다. 당시 사운드 클라우드에 올린 데뷔 싱글 ‘오션 아이즈(Ocean Eyes)’는 하룻밤 사이에 1000번이 재생됐다. 전 세계를 사로잡은 ‘인싸’ 뮤지션의 탄생기다.
‘사운드 클라우드’가 스타 발굴의 등용문이자, 프로 뮤지션들의 ‘테스트 베드’로 주목받고 있다. 사운드 클라우드는 2007년 스웨덴에서 만든 음악 플랫폼으로 뮤지션들에게 활용도가 높다. 일명 ‘음악계의 유튜브’로 불린다.
사운드 클라우드의 특징은 ‘음악 마니아’들의 집결지라는 점이다. 음악을 만드는 뮤지션뿐 아니라 팝 등의 주류 장르를 벗어난 새로운 음악을 탐색하는 ‘힙스터’들이 모인다. 유튜브처럼 누구나 음악을 올리고 무료로 들을 수 있는 데다, 댓글과 좋아요를 통해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이라는 점은 기존의 애플·멜론 등과 같은 음악 플랫폼의 폐쇄성을 뛰어넘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실제로 많은 아마추어 뮤지션들이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주류 시장으로 진입했다. 전 세계 인디와 힙합씬의 뮤지션들이 ‘믹스테이프’(CD나 음원 유통 사이트가 아닌 온라인상에서 무료로 공개되는 노래나 앨범)를 만들어 올리면서 음악 시장에 등장했다. 미국에서는 지금은 고인이 된 두 래퍼 XXX텐타시온, 주스 월드가 이곳에서 데뷔해 스타가 됐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뮤지션들이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주목받고 새로운 기획사를 찾아 정식으로 앨범을 발매하는 기회를 얻는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사운드클라우드는 아마추어들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자신들의 음악색을 보여주는 창구”라며 “뮤지션들이 이름을 알리고 음악계에 진입할 수 있는 좋은 채널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운드클라우드에서 ‘치킨’이라는 이름으로 140만회 이상의 스트리밍 기록을 세운 여성로 가수 미스피츠(msftz)는 소니뮤직을 통해 앨범을 발매했다. 싱어송라이터 김뮤지엄은 유니버스타운 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 후 싱글을 냈고, 독특한 음색의 알앤비 뮤지션 다희는 크래프트앤준에 발탁돼 지난 2월 첫 싱글을 냈다.
크래프트앤준 관계자는 “사운드클라우드가 신선한 신인 발굴의 생태계로 업계에서도 주목받고 있다”며 “좀 더 날 것의 느낌과 아티스트의 색이 짙은 음악들이 많아 새로운 음악과 뮤지션을 찾는 큰 바다와 같다”고 말했다.
사운드클라우드는 비단 신인 아티스트만을 위한 창구는 아니다. 유명 가수들도 이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백예린은 자신의 사운드클라우드 계정 ‘예린비(YERINB)’를 통해 다른 가수의 곡을 다시 부르거나, 데모(시험)곡을 올리고 있다. 래퍼 이센스를 비롯한 많은 뮤지션들도 정식 음원이 아닌 데모를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리며 팬들의 반응을 보고 있다.
사운드클라우드의 절대 강자이자 이곳을 지배하는 특급 스타는 방탄소년단이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방탄소년단은 데뷔 전부터 지금까지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정식 앨범의 곡이 아닌 믹스테이프와 커버곡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스타답게 조회수도 상당하다. 뷔의 자작곡 ‘풍경’은 1억 8000만 스트리밍, 지민 ‘의’약속은 2억 680만 스트리밍을 넘어섰다. 특히 지민의 ‘약속’은 사운드클라우드 ‘역대 최다 스트리밍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을 가졌다. 당연히 한국 신기록이다.
정 평론가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솔로곡을 올리는 것은 정식 앨범으로 발매하는 과정의 절차와 비용은 줄이면서, 자신들의 음악색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며 “팝 이외의 장르가 다수인 플랫폼을 사용해 보다 음악에 집중하고 있는 뮤지션이라는 이미지도 보여주고 있다”고 봤다. 고승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