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데이터] 의료 현장서 희생 허영구·방역 최전선 정은경…사력 다한 이들이 코로나 전쟁의 ‘진정한 영웅’

#지난 토요일인 4일 정오 대한의사협회 용산 임시회관 7층 대회의실.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희생된 첫 의료인인 ‘의사 허영구’를 위한 추도묵념이 무거운 분위기 속에 거행됐다. 같은 시각 전국의 진료실, 수술실, 자택 등에서도 ‘의로운 희생’을 위한 묵념이 이어졌다.

#“그의 일관된 솔직함과 정보에 근거한 분석, 냉정함을 잃지 않는 침착함은 초조한 한국 국민에게 강력한 진정제다. 공포가 극에 달했을 때도 정은경 본부장이 ‘바이러스가 한국을 잠식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자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신뢰했다.”(전 WSJ 편집장 샘 워커의 칼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길고 긴 사투에서 ‘희망’을 그릴 수 있는 것은 진짜 영웅들이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방역전쟁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다하며 인간의 존엄과 품위를 보여주는 이들이 있기에 코로나와의 길고 긴 사투에도 희망의 빛이 들고 있다.

코로나19 사투현장에서 맞서 싸우다 희생된 고(故) 허영구 원장은 의료인의 책무에 열정을 다한 인물로 많은 이들에게 작지만 큰 울림을 주고 있다. 고 허 원장은 경산에서 30여년 넘게 개인의원을 운영한 ‘지역 토박이 내과 의사’다. 인구 27만명의 경산시는 지난 2월 19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래 지난 5일 현재까지 총 624명의 확진자가 나올 만큼 가장 코로나19와의 ‘사투’가 치열했던 지역이다.

허 원장은 감기 증세만 보여도 진료를 꺼리는 분위기에도 환자들의 상태를 세심하게 문진했다고 한다. 자신의 일을 묵묵히 그러나 열정적으로 하던 허 원장은 진료 중에 감염돼 사망에까지 이르렀다.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다 감염된 우리 의료진이 처음으로 희생되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 발생해 애석하고 비통한 마음”이라며 “늘 자신에겐 엄격하고 환자에겐 친절했던 고인의 평온한 안식을 기원한다. 국민도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제 몸 돌보지 않고 헌신하는 의료진, 특히 수많은 확진자 발생으로 밤낮없이 사투를 벌이는 대구경북 지역 의료진께 머리 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의료진을 격려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도 “의사로서의 사명을 다한 고인의 높은 뜻에 13만 의사 동료들과 함께 존경의 마음을 담아 깊이 애도하며, 유족들께도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다 확진자와의 접촉으로 감염된 의료인은 241명(3일 기준)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사투의 최전선’에서 냉정함을 유지하며 국민들에게 진짜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예방의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후 1995년 국립보건원에서 첫 공무원생활을 시작한 정 본부장은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질병예방센터장을 맡았고 당시 대처능력을 인정받아 지난 2017년부터 질병관리본부장을 맡고 있다. 매일 노란점퍼를 입고 브리핑을 하면서 나날이 핼쑥해지는 장 본부장을 TV로 보면서 국민은 고마움과 미안함의 복잡한 심정을 느끼고 있다. 이런 정 본부장의 모습은 해외 언론도 주목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리더십 전문가인 샘 워커의 기고문이 실리기도 했다. 워커는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각국 보건당국 책임자들이 ‘진짜 영웅’으로 떠올랐다며 정 본부장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정 본부장의 일관되고 솔직한 언급, 정보에 근거한 분석, 인내심 있는 침착함은 대중에게 강력하다”며 “고조된 위기 국면에서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정 본부장을 신뢰하게 된다. 그의 말을 사실이라고 믿는다”고 호평했다. 김태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