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과 글로벌 유가 급락으로 전 세계 증시가 요동치는 가운데, 상장지수펀드(ETF)가 이같은 변동성을 확대시킬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개별 기업에 펀더멘탈(기초체력)과는 무관하게 시장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유입됐던 자금이 '거품'을 만들었고, 이 거품이 글로벌 위기를 주도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과거 위기 사례를 돌아보면 오히려 ETF가 시장의 공포를 완화시켰다는 분석도 있어 주목된다.

SK증권은 최근 발간한 'ETF 리스크 오해와 진실'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논란을 살폈다.

ETF는 코스피200이나 원유 등 특정지수나 자산가격의 움직임에 수익률이 연동되도록 설계된 투자 상품이다. 코스피가 1% 오르면 주가도 1% 오르는, 증시에 상장돼 있는 주식형펀드라고 보면 된다. ETF가 위기를 만든 주범으로 주목된 것은 ▷대규모 자금이 ETF로 유입되고 ▷지수에 포함된 기업들 주가가 올라가고 ▷이를 본 투자자들이 다시 ETF에 투자하게 되는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저 돈의 힘으로 만들어진 거품이 전 세계 금융시장의 거대한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등 기관은 이같은 우려에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 앞서 2008년 금융위기(2017년 12월~2009년 중순)나 2013년 테이퍼 탠트럼(긴축발작)으로 전 세계 증시가 폭락했을 당시 오히려 패시브펀드로는 자금이 유입됐다는 데이터도 있다.

연준은 과거 위기 당시 ETF 투자자들이 보다 덜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은 ▷'더 잘하는' 펀드 매니저를 찾을 요인이 없기 때문에 큰 규모의 환매를 요청하지 않고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투자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시장 폭락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두 가지 요인이 유지되는 한 ETF 및 패시브 투자의 증가는 오히려 미국 시장 전체 환매 리스크를 낮춘다는 게 연준의 결론이었다.

올해 상황은 어떨까. 세계 최대 ETF 운용사인 블랙록과 뱅가드의 운용자산(AUM)을 보면 각각 7조4000억달러, 6조2000억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코로나19여파로 6조달러, 5조9000억달러 수준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이는 주가가 하락했기 때문으로, 유통좌수를 기준으로 보면 오히려 자금 자체는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증권 분석에 따르면, 미국 S&P500 지수가 이달에만 22.3% 하락했는데 역설적으로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된 ETF 상품은 해당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SPDR S&P500 ETF과 Vanguard S&P500 ETF였다. 자금이 가장 많이 유입된 10개 상품에 460억달러가 흘러드는 동안, 가장 많이 자금이 유출된 10개 상품에서는 200억달러가 빠져나갔다. 시장이 유례없는 속도로 하락하고 있음에도 패시브 투자자들은 ETF를 통해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지수 움직임을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나 지수의 움직임을 반대로 따라가는 인버스 ETF 등 LETP(Leveraged and Inverse ETPs)는 반론의 여지 없이 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된다. LETP를 운용하는 입장에서는 시장이 오르면 기계적으로 자산을 사고(선물 및 스왑으로 익스포져 확대), 반대로 시장이 떨어지면 자산을 판다. 이에 따른 자금흐름이 펀드 규모보다 2배 혹은 -2배로 크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 또한 보이는 것보다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미국 연준 또한 패시브 투자 중 LETP 상품군이 확대되는 것은 시장 변동성 리스크를 악화시킨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수정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ETF 시장에서는 설정일로부터 365일 ETF를 가지고 있을 경우1년 후 수익률 구간을 맞춰준다는 컨셉의 상품이 인기를 끌었는데, 중요한 포인트는 이같은 ETF 모두 공포지수(VIX) 선물을 활발하게 거래한다는 것"이라며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 모두 VIX 선물을 거래한다. VIX 선물 거래량 증가가 시장 전체 변동성을 높였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형성돼 있는 LETP로 유입되는 자금을 막기 어렵고 기계적인 리밸랜싱도 매일 일어나는 만큼, 앞으로 미국 증시의 변동성은 더 커지고 특히 하락장이 펼쳐질 경우 그 영향이 더 심해질 수 있다.

김수정 연구원은 "결론적으로 ETF 가 시장에 불러올 시스템 위기는 아직 크지 않지만, LETP는 시장 변동성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유의해야 한다"며 "ETF로 금융위기가 촉발된다기 보다는 ETF 확대로 이전과 다른 변동성을 가진 시장이 전개될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