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CFA 현황과 과제
국가 금융경쟁력 잣대…한국 1200명뿐
금융회사 등 전문가 육성 적극 지원해야
홍콩 8850명, 중국 7650명, 싱가포르 4800명. 한국은 싱가포르의 4분의 1 수준인 단 1200명.
아시아 주요국의 미국 공인재무분석사협회(CFA Institute) 회원 현황이다. 이 협회는 투자 및 재무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글로벌 비영리 단체로, 레벨1~3의 엄격한 시험에 합격하고 4년의 유관경력을 쌓은 응시자들에게 CFA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도 통용되는 자격인 만큼, 회원 수는 각 국가의 금융인 경쟁력을 가늠하는 잣대 중 하나로 활용되기도 한다.
한국 CFA협회 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는 허경욱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前 기획재정부 차관)은 “국제적 금융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보다 많은 지원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동북아시아 금융허브’ 청사진을 그린 이후 수많은 국제 금융인들이 양성됐지만, 금융 전문가를 우대하는 민간 금융권 문화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실제 CFA멤버십 연회비를 지원하는 금융회사의 비중을 각 나라별로 보면, 한국은 약 38%로 글로벌 평균(59%)에 크게 못미친다. 허 고문은 지난 1999년 CFA 자격을 획득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21번째, 공무원으로는 첫 번째 자격 획득이었다.
허 고문이 금융 전문가에 대한 시장의 지원을 요청하고 나선 것은 자산이 빠르게 늘어나는 우리나라 자본시장 상황과도 연관돼 있다. 국민연금이 운용하는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약 737조원으로, 규모로는 세계 3위다. 기타 연기금을 다 합쳐 계산한 운용자산은 최근 10년 연평균 증가율이 12%를 웃돌아, 그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허 고문은 “경상수지 흑자는 계속 나고 있고, 이를 통해 벌어들인 돈은 환율 등을 고려하면 해외로 투자돼야 한다”며 “해외투자로 높은 성과를 얻기 위해선 국제 금융경쟁력을 갖춘 전문가들이 보다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경제성장률이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자산운용의 글로벌 역량을 높여야 할 원인으로 꼽힌다. 아직 경제성장률이 높은 베트남 등 신흥국에서 다른 자본시장 강국과 경쟁해 높은 과실을 따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재양성’이 중요하다는 게 허 고문의 판단이다. 그는 “자산운용, 투자와 관련한 다양한 규제들이 남아 있다”며 “위험 관리 역량을 키우는 동시에 파선(破船)을 각오하고 밖으로 나가야 한다. 정책적 지원도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수·최준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