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한 상황 체감 계기로 ‘원격의료’ 도입

의무휴업 대형마트·온라인 상거래 급팽창

온·오프라인 분리…이분법 사고도 버려야

OECD 평균보다 높은 법인세…변화 시급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여파로 국제 증시가 불안정한 상태를 이어가고 있는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딜링룸에 표시된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상승을 나타내고 있다(위쪽). 증시19일(현지시간) 큰 폭의 급등락으로 2만선이 무너졌던 미국 뉴욕증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가까스로 소폭의 반등에 성공하며 2만선을 회복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들이 증시 변화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상섭 기자·로이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여파로 국제 증시가 불안정한 상태를 이어가고 있는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딜링룸에 표시된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상승을 나타내고 있다(위쪽). 증시19일(현지시간) 큰 폭의 급등락으로 2만선이 무너졌던 미국 뉴욕증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가까스로 소폭의 반등에 성공하며 2만선을 회복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들이 증시 변화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상섭 기자·로이터]

기업들이 전대 미문의 위기에 휘청이고 있다. 98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2008년 미국 금융위기 등 초대형 위기를 겪으면서도 굳건히 버텨온 기업들도 감염병 확산이 가져온 위기에는 속수무책이다. 정부가 긴금 자금 지원 등 다양한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결국 미봉책일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이에 절체절명의 위기를 급변한 기업 패러다임을 반영할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에서 드러난 원격의료의 문제, 온·오프라인으로 나뉜 유통 규제, 52시간제도 보완 등의 시급한 개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속도’가 핵심이라고 기업인들은 지목한다.

▶코로나19로 필요성 절감한 원격의료…10년째 공전 이번엔 끝내야=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은 원격 의료의 필요성을 결정적으로 재확인시켰다. 기저질환자들이 감염 우려가 큰 병원을 방문하는 대신 원격으로 진료한 뒤 처방전을 받아 약을 수령하는 시스템이 절실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한시적으로 원격의료를 허용하고 있지만, 원격의료는 한국에선 불법인 게 엄연한 현실이다. 이에 원격의료를 ‘의료인-환자’ 간으로 확대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 올라갔지만, 찬반 의견 대립으로 논의는 10년째 공전 중이다. 의료인들은 오진 가능성의 증가와 병원 쏠림에 따른 중소병원 붕괴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지만, 원격의료는 세계적 추세이고, 관련 시장의 급성장으로 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전향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현재 OECD 36개국 중 26개국이 원격의료를 도입하고 있으며, 지난해 기준 세계 원격의료 시장 규모는 305억달러에 달한다.

▶일상으로 들어온 온라인 상거래…온·오프라인 이분법 사고부터 없애야= 코로나19는 오프라인 유통가를 초토화시켰다. 반대로 언택트 소비가 급증하며 온라인 유통가는 감염병이 가져온, 서글픈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에 코로나19를 계기로 유통가를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의 종결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오프라인 소비가 줄어든 와중에도 대형유통업체들은 2012년 강화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여전히 의무 휴점을 지키고 있다. 휴점일에는 온라인 유통을 통한 주문도 멈춘다. 이 사이 대형 온라인 상거래 업체들은 특수를 누린다. 반대의 상황도 있다. 와인 등 주류의 온라인판매 허용과 안전상비의약품의 온라인판매 허용 문제다. 이는 역으로 오프라인 업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에 대해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유통산업은 이제 또 하나의 혁신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는 만큼 과거의 소상공인 전통시장 보호의 패러다임에서 변화할 필요가 있다”며 “유통은 오프라인, 온라인, 배송 등이 모두 결합된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꾸로 간 법인세…사지로 떨어지는 기업들= 절체 절명의 위기 속에 과도한 법인세 인하 필요성도 주목받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 법인세율 27.5%(지방세 포함)는 OECD 평균 23.5%보다 4.0%포인트 높으며 36개국 중 11번째로 높다. 5년 전인 2014년만 해도 우리나라 법인세율은 24.2%로 OECD 평균보다 0.7%포인트 낮았다.

하지만 2018년 법인세율을 3.3%포인트 인상한 반면, 미국과 일본 등 세계 주요국들은 세율을 낮추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법인세율을 부담하는 국가가 됐다. 실제OECD 회원국 중 최근 5년간(2014년∼2019년) 법인세율을 인하한 국가는 미국(-13.2%), 일본(-7.3%), 프랑스(-6.0%) 등 총 15개국인데 반해, 인상한 국가는 라트비아(-5.0%), 칠레(-4.0%), 대한민국(-3.3%) 등 총 8개국에 불과했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이번 기회에 우리 기업들에 과감한 세제지원을 통해 투자의욕을 높이고, 글로벌 기업들 수준의 조세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해야 한다”면서 “법인세율 인하와 투자세액공제 확대 등 기업 세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는 세법개정이 이뤄지도록 국회와 정부 차원의 특단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52시간제 근로자의 삶 잡으려다…삶의 터전 직장부터 무너진다= 코로나19는 52시간제가 가진 한계의 민낯 또한 여실히 드러냈다. 해외에서의 원자재 조달, 확진자 발생으로 인한 공장 가동 중단 등 생산 환경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잔업과 특근 등의 수요가 늘어났지만, 52시간제가 이를 법적으로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기업은행의 노조는 코로나19 관련 대출 신청이 몰리면서 사측에서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토록 했다는 이유로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을 고발하기도 했다.

이에 재계는 보완책으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국회에서 공방만 거듭하다 끝내 개선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정순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