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신종코로나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감염병 대응체계는 여전히 허술하다. 그러나 재난도 뒤집어 보면 기회요소가 발견된다. 팬데믹 공포 앞에서 원격의료와 디지털 헬스케어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졌다. 〈코로나19, 재난을 기회로〉 연재를 4회에 걸쳐 싣는다. 필자는 모두 의사 출신으로, 정보통신기술(ICT)로 감염병 문제를 극복하고자 하는 헬스케어 스타트업 대표들이다.
①신종플루와 신종코로나 10년, 무엇이 달라졌나 〈웰트 강성지 대표〉
②클라우드 기반 전자의무기록과 감염병 〈메디블록 이은솔 대표〉
③휴대용 초음파를 통한 감염병 관리 〈힐세리온 류정원 대표〉
④인공지능 기반의 감염병 진단〈뷰노 성진경 의학이사〉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두자릿 수로 줄긴 했지만 국민들의 불안감은 최고조다. 확진자가 많은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의료진과 의료물품 부족에다 의료진의 피로누적까지 겹쳐 감염 위험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지금까지 20여만 건의 검사가 행해졌다. 대구·경북 이외의 지역에서도 의료진의 부담은 증가하는 상황이다.
선별진료소의 의료진은 입고 있는 것만으로도 체력소모가 큰 방호복과 고글, 마스크를 착용한 채 검체를 채취해서 진단키트를 확인하고 필요 시 흉부 X-레이 판독도 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진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인공지능(AI) 진단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환자 발생 1위인 중국은 다방면에서 AI기술을 적극 활용 중이다. 진단 분야에서는 흉부 X-레이 및 CT영상 판독에서 AI 활용사례가 두드러진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는 자사가 개발한 ‘AI 기반 흉부 CT진단 소프트웨어’가 96% 정확도로 20초만에 코로나19 환자의 폐렴 증세를 밝혀낸다고 발표했다. 중국처럼 많은 수의 환자에서 CT영상 촬영을 시행하는 경우 의료진 피로도를 줄여 오진율을 감소시키고 진료속도 증대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실정상 CT를 선별검사로 사용하기는 쉽지 않다. 촬영을 위한 장비가 구비돼 있지 않은 선별진료소도 많고, 의심환자의 CT 촬영을 위해서는 별도의 음압형 이송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의심환자의 CT 촬영 후에는 매번 촬영실 소독이 이뤄져야 한다. 최근 미국 방사선의학회(ACR)가 발표한 코로나19 권고사항에서도 CT검사를 선별검사로 추천하지 않고, 대신에 필요하면 이동형 X-레이 촬영장치를 사용할 것을 명시하기도 했다.
이동형 X-레이 장비는 의심환자 촬영을 위한 별도공간이 필요 없기에 대부분의 선별진료소에서는 이 촬영장치를 도입해 흉부를 찍고 있다. 그러나 X-레이 판독은 의사의 경험에 따른 편차가 크다. 더욱이 많은 병원에서 평소에 폐렴환자 진료를 하지 않는 의료진까지 포함해 전체 분과에서 진료를 보고 있다. 또 상대적으로 실전경험이 적은 공중보건의도 대거 동원됐다.
고글 너머로 흐릿하게 보이는 흉부 X-레이 영상을 판독해야 할 때 고민의 시간은 길어지고 정확도는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 때 AI 기반 흉부 X-레이 소프트웨어가 폐렴 가능성이 있는 병변을 찾아준다면? 판독의 정확도를 높이고 판독시간을 줄임으로써 업무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며칠 전 세계 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급격한 감염자수 증가는 의료자원 고갈과 의료시스템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의료인프라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서는 통제 불가능한 감염사태가 발생해 사망률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AI 기반 감염병 진단은 이런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치명률이 높은 인수공통 감염병이 주기적으로 유행할 가능성은 크다. 차기 아웃브레이크(감염병 대유행) 대비를 위해서라도 AI와 같은 첨단 기술을 도입한 의료인프라 확충이 절실한 때다.
※㈜뷰노 성진경 의학이사(CMO)=가톨릭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의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19년까지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과 성빈센트병원에서 영상의학과 전문의 및 교수로 근무한 뒤 지난해 3월 뷰노에 입사했다. 현재 뷰노가 개발 중인 의료영상 AI솔루션에 대해 의학자문 및 검증을 총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