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회적 가치가 시대적 화두로 대두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사회적 가치의 실현을 핵심 국정과제의 하나로 설정하고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하기 위하여 다방면에 걸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회적 가치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분분하지만 사회 구성원이 가치를 부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통하여 적절한 정도로 공급되지 않는 재화나 서비스 정도로 정의할 수 있다.
구체적인 예로 환경 문제 해결, 빈곤퇴치, 기업 지배구조 개선, 인권 신장, 문화적‧사회적 다양성 제고 등을 들 수 있다. 치안이나 국방 등과 같은 공공재와 상당 부분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나 공공재와 달리 정부가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민간 경제주체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사회적 가치를 공급함에 있어 시장이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사회적 가치의 생산자에게 적절한 보상이 가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사회적 가치의 공급 확대의 유인을 제공하기 위하여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등의 정책을 구사한다. 그러나 기존의 정책 수단 중 상당수는 공급 확대의 유인을 제공할 뿐 사회적 가치 공급의 확대 자체를 담보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더하여 사회적 가치 생산 촉진을 위한 정부 정책에는 막대한 규모의 재정이 소요되므로 정부가 전적으로 감당하기에는 상당한 한계가 존재한다. 한편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하여 자발적으로 일정한 보상을 지급할 의사가 있는 민간 경제주체가 상당수 존재한다. 따라서 민간 경제주체가 사회적 가치 창출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장치를 제공할 수 있다면 재정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사회가치연계 부채’다.
사회가치연계 부채는 채무자의 사회적 가치 창출 성과에 금리가 연계되는 채권 또는 융자 상품을 의미한다. 올해 초 캐나다의 지속가능경영 컨설팅 업체인 WSP 글로벌과 프랑스의 투자은행인 BNP 파리바가 공동으로 주관하고 유수의 캐나다 은행들이 대주단에 참여하여 12억 달러 규모의 4년 만기 사회가치연계 융자를 실행하였다. 탄소 배출량 감축, 경영진에서 여성 비중 증가, 친환경 제품 판매 수입 증가 등 세 가지 사회적 가치 창출을 제시됐으며 미리 제시된 기준에 따른 목표치를 달성 정도에 따라 차별적인 금리를 부과된다.
이러한 방식의 사회가치연계 부채상품은 종래 이 분야에서 지배적인 자금공급 방식이던 지분투자에 비하여 위험이 덜 하여 투자자에게 보다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고 사회적 가치 창출은 효율적인 방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기업에 완전하게 일임함으로써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사회가치연계 부채시장의 규모는 작년 4650억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80%에 가까울 정도로 빠른 성장세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국제적 인식 증가와 함께 이러한 추세는 향후에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사회적 가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민간 금융회사나 기관투자자가 상당수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부재로 인하여 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우를 아직은 찾아볼 수 없다. 시장조성 차원에서 사회적 가치 성과와 연계된 채권이나 융자 등 정책금융기관이 선도적으로 나서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