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물량 맞추려 대량포장 권장

주민센터 등 통한 판매 의견엔

“새 물류체계 구축 현실적 한계”

#1. 이모(29) 씨는 재택 근무 중이던 지난 9일 오전 10시께 서울 동대문구 소재 약국을 방문했다. 주민등록증을 제시하니 약사가 1991년생임을 확인하고 판매 이력 시스템에 기록을 남겼다. 현금 3000원을 지불하니 ‘50번’이라고 적힌 번호표가 돌아왔다. 오후에 물량이 입고되니 세 시간 후 다시 방문해달라는 안내를 받았다.

오후 2시께 재방문한 이 씨는 줄을 서지 않고 바로 마스크 2장을 받을 수 있었다. 이미 오전 번호표 배부를 통해 매진된터라 만약 오후에 왔다면 사지 못했을 거란 안도감이 들었다. 그러나 찜찜함이 남았다. 재택 근무가 끝나는 다음주에는 이날처럼 두 차례 약국을 올 수 없다는 걱정이 들었다. 또 마스크 2장은 어떤 포장도 돼 있지 않았다. 포장지가 없다보니 KF80, KF94와 같은 등급 정보를 알 수 없었다. 위생에 대한 우려도 남았다.

#2. 박모(34) 씨는 9일 바쁜 업무를 마치고 오후 3시께 회사 근처 약국을 둘러봤다. 가장 가까운 약국에 갔지만 역시나 매진이었다. 한 곳은 세 시간 후 물량이 입고된다고 했지만 다른 일정이 있어 기다리지 못하고 돌아섰다. 이날 사지 못하면 주말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에 네 군데나 더 둘러봤지만 결국 실패했다.

10일 기준 마스크 5부제를 시행한 지 이틀 째를 맞았지만 현장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지난주와 달리 마스크를 사기 위해 장사진을 치는 시민들의 모습은 상당 부분 해소됐지만 여전히 마스크를 구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약국마다 마스크 입고량과 시간이 제각각이어서 여러 곳을 방문하는 일도 잦았다.

특히 마스크 개별 포장이 돼 있지 않는 것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양진영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은 “개별 생산업체에서 2매씩 포장하는 게 완벽하지만 현재 많은 생산량을 유도하기 위해 대량 포장을 권장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3매, 5매, 10매 등 여러 단위로 포장돼 약국으로 전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대한 빨리 위생장갑이나 위생봉투를 약국에 보급하겠다”고 덧붙였다.

직장인들은 여전히 마스크를 구매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었다. 박 씨는 “주민센터나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왜 이런때 활용하지 않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정부는 배급제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취약계층에게 우선적으로 마스크가 전달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주민센터 등을 통한 판매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양진영 차장은 “전국에 주민센터는 3000여개 밖에 없지만 약국은 2만2400개로 약 8배 더 많다”며 “접근성 측면에서 약국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주민센터까지 마스크를 배송하는 새 물류체계를 구축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정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