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지방 아파트값 플러스 전환, 모처럼 기지개
경기 부진 조짐에 코로나19 악재까지…“제조산업 경기와 연관성 주목”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지난 몇 년 동안 최악의 침체기를 겪었던 지방 부동산 시장이 모처럼 기지개를 켜고 있다. 최근 지역 제조업이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고, 주택 공급 과잉 여파가 약해진 울산과 경남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회복세가 뚜렷하다.
다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라는 돌발변수가 등장하면서 주택 매수 심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제기된다.
▶5년 만에 지방 아파트값 플러스 전환…대전은 ‘활활’= KB부동산 리브온의 월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말 기준, 전국의 연간 누적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84%로 집계됐다. 작년 한 해 동안 -0.30%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2020년 초반은 반등 기미가 뚜렷해졌다. 올해 2개월 동안 서울 아파트값은 1.18% 올랐고, 같은 기간 수도권이 1.23% 오르면서 상승세를 주도했다.
여기에 지난 2016년 이후 장기 침체에 빠졌던 지방(5대 광역시 제외)의 올해 누적 아파트 매매가격이 0.05% 올랐다는 점이 눈에 띈다. 지방 아파트값은 2016년 -0.67%을 기록한 이후 2019년 -3.37%까지 매년 하락폭이 확대된 바 있다.
광역시별로 보면 작년에 강세를 보였던 ‘대대광’(대구·대전·광주) 가운데 대전의 상승세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대전의 지난 1월과 2월 아파트값 변동률은 각각 1.50%, 1.09%로 서울과 6대 광역시를 통틀어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부산(0.10%)과 광주(0.02%)는 두 달 동안 오름폭이 둔화된 반면 울산(0.34%)의 경우 뚜렷한 반등세로 4개월 연속 아파트값 플러스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일련의 지방 부동산 반등 분위기가 그동안 집값이 많이 떨어진 것에 대한 ‘기저효과’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실제 지난 2018년 1월 이후 지난 2월까지 전국의 누적 기초자치단체별 주택가격 변동률을 비교해보면 경남 김해가 -10.7%로 가장 낙폭이 컸고, 울산 북구(-9.17%)·동구(-8.70%)·중구(-8.65%)와 경기 평택(-7.95%), 경남 창원(-7.91%)이 뒤를 이었다. 최근의 오름세를 포함하더라도 앞으로 갈 길이 더 멀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수도권과 비교하면 지방의 현실은 더욱 초라해진다. 2018년 이후 주택가격 상승률 상위권은 서울 영등포구(22.88%)를 비롯해, 경기 광명(20.19%), 용산구(17.55%)·강남구(17.49%) 등 서울과 수도권 요지가 상위권을 독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재·악재 엇갈린 상황…“제조산업 경기 주목해야”=앞으로의 시장 전망도 아직은 신중한 입장이 더 많다. 특히 지역 경제의 근간이 되는 제조업 경기가 집값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방 경제는 뿌리 산업의 영향력을 크게 받고, 이는 주택 수요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중공업 집중 지역인 동남권의 경우 산업 활성화 정도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 연구위원은 “변화하는 산업구조에 적극 대응해 인구 유입 및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유도해야만 내부에서 기인한 건전한 주택 수요의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외부에서 유입되는 주택 수요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감정원 자료를 보면 지난 1월 한 달 기준 아파트 거래 중 외지인(관할 시도 이외 지역 거주자) 비율은 서울이 21.6%에 달했고, 대전(21.7%)과 울산(22.3%)도 평균 이상을 기록했다. 반면 대구(12.0%)와 광주(16.3%)는 외지인 비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며 집값도 다른 광역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름폭이 둔화됐다는 것이다.
지방의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떨어지는 것도 투자 수요를 약화시키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경제만랩에 따르면 2017년 4월 기준 6대 광역시 아파트 전세가율은 74.6% 수준이었지만 34개월 연속 하락하며 올해 1월에는 71.2%까지 내려앉았다. 대전의 경우 1년새 6.3%포인트 급락하는 등 오르는 매매가격을 전세가격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대열 경제만랩 리서치팀장은 “전세가율이 하락하면 매매 전환에 투입되는 비용 부담이 커져 전세 레버리지를 활용한 갭투자가 어렵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일부 광역시에서 활발했던 갭투자 시대도 저물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근 확산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는 대한민국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줄 최대 악재로 부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풍부한 유동자금이 여전히 부동산을 향하고 있는 점은 주택시장 입장에서 보면 상승세가 점쳐지는 부분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울산과 경남, 세종 등 몇몇 지역에서 올해부터 입주 물량이 급감한다”며 “공급 과잉 우려 해소에 따라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분양시장은 호황기에 접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