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위기 단계 ‘심각’ 격상에 초비상
출근시간 조정·단체행동 자제 등 조치
정부가 지난 2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위기 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하면서 기업들도 현 사태를 초비상 상황으로 인식하고 기업 업무지속계획(BCP: Business Continuity Plans)에 따라 코로나 19 대응 수위를 대폭 강화했다.
BCP란 감염병 발생 시 기업이 업무를 지속할 수 있도록 그 계획의 표준을 규정한 일종의 컨틴전시 플랜이다. 기업에서는 최고경영자(CEO)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가 가동된다. 정부는 24일 상세한 대응 요령을 담은 BCP를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5단체를 통해 주요 기업들에 내려보냈다.
하지만 BCP의 전면 실행 과정에서 인력과 조직이 탄탄히 갖춰진 대기업과 상대적으로 여건이 열악한 중소기업들은 대응 과정에서 우왕좌왕하는 혼란스런 모습을 보였다.
코로나19의 주말 확산을 보내고 첫 출근일인 24일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은 건물에 출입하는 사람들의 체온을 개별 측정하기로 했다. 기존엔 열화상 카메라로 점검했다. 또 SK홀딩스 등 서울 종로구 서린빌딩 계열사들은 직원들의 동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유좌석제를 일부 변경했다. 아울러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은 직원들의 외부인 접촉을 줄이기 위해 일단 이날 출근 시간을 오전 10시 이후로 조정하기도 했다. 과천 신천지 총회본부에 인접한 코오롱 그룹은 지난 20일부터 임신부들을 재택근무토록 했으며, 24일 오전부터는 본사 출입게이트 일부를 폐쇄하고 직원들 대상으로 1대1로 체온을 측정한 뒤 통과시키고 있다. 포스코는 포항 및 경북지역 거주자 및 방문자에 대해서 확진자 동선과 일치하는 경우 재택근무를 실시토록 하고 있으며, 이외 인원에 대해서는 관리대상으로 관찰 조치했다.
이 처럼 주요 대기업들은 메뉴얼에 따라 발빠르게 대응 수위를 높여가고 있지만, 중소기업계의 현실은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대부분 중소기업들은 고질적인 ‘인력난’ 때문에 제대로 된 준비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산업부의 업무지속계획 표준안에는 비상대책위원회 등 대응체계를 조직하고, 직원 결근 등에 대비해 대체인력을 조직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은 대체인력은 커녕 상시 필요 인력도 구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한 지방 중소기업 대표는 “중기 근로자들은 한 사람이 1.5명, 2명 몫의 일을 하면서 다방면의 업무를 한다”며 “현 상태에서 대체인력이라면 빠진 자리를 기존 조직에서 메우는 것이고, 업무 부담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한 콘텐츠 제작업체는 부서장 중 의심환자나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그 자리를 대체할 인력을 정해 사내에 통보했다. 그러나 환자 발생시 다른 직원들의 근무 형태를 어떤 식으로 조율할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아직 재택근무나 탄력근무 플랫폼이 마련되지 않아, 이를 공지할 수 없었다고 회사는 하소연한다. 정순식·도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