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과도한(?)’ 적극 대응

성숙한 시민의식·의료진 헌신

기업들도 피해지원 발벗고 나서

메르스·세월호 참사 ‘학습효과’

확진자 정체·완쾌 퇴원 이어져

1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실에서 한 방역업체 관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소독작업을 하고 있다. 아래쪽 사진은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2주째 격리 생활 중인 박종천 중국 후베이성 청소년 농구 대표팀 감독이 공개한 한 어린이에게 받은 편지. 후베이성 우한에서 지난달 31일 1차 전세기로 귀국한 교민 중 193명의 격리 해제는 오는 15일 진행될 예정이다. [연합·박종천 감독 제공]
1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실에서 한 방역업체 관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소독작업을 하고 있다. 아래쪽 사진은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2주째 격리 생활 중인 박종천 중국 후베이성 청소년 농구 대표팀 감독이 공개한 한 어린이에게 받은 편지. 후베이성 우한에서 지난달 31일 1차 전세기로 귀국한 교민 중 193명의 격리 해제는 오는 15일 진행될 예정이다. [연합·박종천 감독 제공]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전과 후는 너무나 달랐다.

과도하다고 할 정도로 적극적이고 기민한 정부 당국의 대응과 성숙한 시민의식, 기업들의 피해 지원 참여, 의료진의 헌신적인 협력 등으로 국난(國難)에 버금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를 헤쳐가고 있다.

지난 2015년 메르스 발생 당시 허둥지둥 대응하면서 화를 키웠던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사실상 통제불능 상태에 빠진 중국이나 보건 선진국으로 인식됐던 일본에서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확진자가 급증하고 사망자까지 발생한 것과도 대비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확진자가 정체하면서 뚜렷한 진정 양상을 보이고 있고, 완쾌돼 퇴원하는 환자들도 속속 나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15년 메르스 때에는 정부와 의료계의 비체계적인 대응과 불투명한 정보 공개, 접촉자들의 비협조 및 감염자 관리의 실패 등 총체적인 허점을 노출하면서 국민들을 공포의 도가니에 몰아넣고 대참사를 불러왔다. 5월 20일 바레인에서 입국한 한 한국인이 메르스 확진자로 확인되면서 시작된 메르스 사태는 그해 12월 종식 선언에 이르기까지 6개월 동안 185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38명이 사망했다.

메르스 발생 초기 보건 당국은 감염률이 높지 않다고 밝혔으나 한 달도 안돼 감염자가 100명을 넘어 신뢰를 상실했고, 감염자가 다녀간 병원이 공개되지 않으면서 국민들의 의혹을 증폭시켰다. 특히 병원에서 감염자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병원이 오히려 바이러스를 확산시키는 통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에는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을 빚기도 했으나, 정부와 보건 당국은 과도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대응했고, 시민들도 과거와 다른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었다. 보건 당국은 확진자의 이동경로를 상세히 공개하고, 중국 우한(武漢)에서 들어온 입국자들을 전수조사하는 등 강력한 차단막을 쳤다. 기업 등 민간에서는 확진자가 다녀간 백화점이나 영화관 등을 일시 폐쇄하고 방역 작업을 펼쳐 추가 확산을 막았다. 시민들은 마스크 착용 등 감영병 예방수칙을 적극적으로 실천에 옮겼고, 접촉자들은 자가격리를 통해 혹시 모를 확산을 막는데 동참했다.

이에 힘입어 국내 확산은 뚜렷한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확진자는 지난 10일 28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추가로 나오지 않고 있고, 7명은 완쾌돼 퇴원했다. 나머지 21명도 1명이 폐렴으로 산소공급 치료를 받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대체로 상태가 안정적이어서 추가 퇴원자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발원지인 중국에서 확진자가 6만5000명, 누적 사망자가 1500명에 육박하면서 사실상 통제불능 상태에 빠져 있는 것과 대비된다. 특히 보건 선진국으로 알려졌던 일본의 경우 1명이 코로나19로 사망하고, 정부 당국이 대형 크루즈선 승선자에 대한 검사를 미루고 사실상 방치하면서 200명이 넘는 확진자를 무더기로 발생시킨 것과 대비된다. 이에 비하면 한국은 방역 모범사례로 평가할 만하다.

경제적 타격이 심화하자 대기업들이 협력업체와 경기활성화를 위한 지원에 나서는 등 기업들도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중소부품 협력사에 경영안정자금 3080억원을 무이자 지원하는 등 1조원의 자금을 지원키로 했고, 삼성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온누리상품권 300억원 구입하고 화혜농가 지원을 위해 꽃 소비 늘리기에 동참하고 있다. SK도 협력업체 피해 발생 시 1조6000억원 규모의 경영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이 외에 많은 대기업과 금융권이 피해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정부와 기업·의료계·시민들의 대응에는 메르스 사태와 세월호 참사의 학습효과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9월 첫 발병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대한 대처에서도 농업부문 방역당국이 초동단계부터 초강력 대응했다. ASF를 한 달 만에 사실상 퇴치해 지금까지 발병국 가운데 최단기 소강상태 기록을 세우면서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물론 코로나19의 공포에서 벗어나려면 가야 할 길이 멀다.

국내에서 진정되더라도 중국의 확산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서비스업과 제조업, 수출과 내수, 자영업 등 전산업에 깊은 상처를 내고 있는 경제적 타격은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메르스 전후로 확 달라진 정부와 민간의 대응 역량을 재결집해 보건·안전과 경제적 파고를 넘어야 할 과제가 아직 남아 있다.

이해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