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속된 말로 정치인 ‘조지는(비판적)’ 기사와, 철밥통(공무원) 조지는 기사는 항상 인기있는 기사다. 박근혜 한 야당 의원의 발언에 대해 ‘대통령 모독’이라 말하고, 안전행정부 장관이 나서서 ‘국회 해산’을 언급하자 이와 관련된 기사엔 1만여개의 댓글이 달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29일, 경찰도 이 대열에 합류한 듯한 모습(?)이 연출됐다.
29일 오후 5시께 서울 영등포 경찰서는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김병권 전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위원장, 김형기 전 수석부위원장, 한상철 전 대외협력분과 부위원장 등 3명에 대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상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세월호 유가족이 대리기사와 행인들에게 일방적 폭행을 가한 사안의 중대성, 폐쇄회로(CC) TV에 폭행 장면이 있는데도 관련 혐의를 부인하는 등 증거 인멸우려가 있어 구속영장을 신청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시각 국회 본청에서는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 세월호 유가족 등 3자가 모여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협의를 진행중이었다. 3자가 한 자리에 모여서 논의를 한 것은 세월호 정국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여야를 불문하고 이날 협상장에 시선이 집중된 이유는 당장 하루 앞으로 다가온 30일 본회의를, 여당 단독으로 열 것이냐 야당도 함께 할 것이냐가 걸려있기 때문이었다.
이날 3자 회동이 주목받은 것은 그간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반드시 주어야 한다는 유가족들의 입장 변화가 있은 후 그 어느 때보다 타결 가능성이 높게 평가되던 시점이었다. 새정치연합은 회의 시작 전 “해결할 만한 복안이 있다”고 공언했고, 새누리당 측도 민생 법안 처리를 위해 어느 때보다 타결을 간절히 바라는 터였다.
다시 말하자면 이같은 중차대한 논의가 있는 같은 시각 경찰은 대리기사 폭행 유가족에 대해 예상보다 강한 처벌인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물론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국회의 위상이 떨어지면서 정국 타개를 위한 논의를 벌이는 국회의 회의장에까지 결과적으로는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됐다.
정치인, 성직자, 의사, 상인이 물에 빠졌을 때 가장 먼저 구조해야 할 사람은 정치인이라고 한다. 환경 오염 때문이란다. 그러나 정치인들, 특히 국회의원들에 대한 이같은 조롱은 온당치 않다.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의 말을 경청해야 하는 인사들이다. ‘4년 비정규직’인 그들 외에, 국민의 눈치를 보는 직군은 없다. 국회를 향해 경찰이 이날 보인 작업(?)에 대해 정의당은 “모처럼 형성된 대화에 찬물을 끼얹어도 유분수”, “국회에서 3자가 협상중인 가운데 수사결과를 발표한 경찰의 저의가 무엇인지 의심스럽다”는 논평을 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