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장인과 젊은 디자이너의 87개 작품 전시

4~5일 시민 투표로 최고의 디자인 제품 선정

캣타워 소파.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캣타워 소파.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 1. 푹신한 1인용 소파에 원목으로 된 간이 테이블이 붙어있다. 테이블은 간단히 찻잔을 놓을 수 있는 크기인데, 그 위에는 고양이가 쉴 수 있는 캣 타워가 달려있다. 고양이와 집사의 아늑한 휴식 그림이 절로 떠오른다. ‘캣타워 소파’라는 이름이 붙었다. 디자이너는 서울시 반려묘 가구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에 착안, 반려묘와 주인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고안했다고 한다.

#2. 작고 심플한 테이블 조명에는 휴대전화 무선 충전이 가능한 배터리가 내장돼 있다. 이용자가 스마트 기기를 충전하면서 차도 마실 수 있게 디자인됐다. 흑백의 색상이 깔끔하고 손쉽게 이동이 가능해 독신남 취향 저격이다. 을지로 조명거리에서 25년 이상 영업한 파로라이팅과 산업디자인 업체 이지 디자인 스튜디오가 1인 가구를 겨냥해 협업해 만든 ‘티 램프(T Lamp)’다. 양 측은 “유럽 디자인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조명 분야에서 한국의 조명으로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도심 제조 산업 활성화를 위해 소상공인과 젊은 디자이너가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선보이는 ‘DDP디자인페어’가 4일 개막했다. 서울디자인재단이 오는 8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알림2관과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한다.

티 램프.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티 램프.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프로젝트는 동대문, 을지로 지역의 공구, 가구, 미싱, 조각, 조명, 타일 등 도심 제조업 전 분야를 망라한다. 이번 페어의 첫번째 섹션 ‘소상공인X디자이너 콜라보 이야기’에선 43팀이 지난 5개월 간 땀 흘려 개발한 신제품을 첫 선보인다.

‘T Lamp’ 처럼 장인의 기술력에 젊은 디자이너의 참신함이 더해져 기능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갖춘 다양한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을지로 세운상가에서 50년 간 몸 담은 자동제어 전문가 류재용 장인은 어보브 스튜디오의 전창명 디자이너와 손잡고 ‘진공관 앰프 및 블루투스 스피커’를 출품했다. 을지로 가구거리에서 13년간 업소용 가구, 사무가구 등을 수입 제작 판매해 온 피카소가구와 고정호 스튜디오는 가장 기본적인 철제 의자 ‘슬림 체어’와 목재 의자 ‘라운드 체어’로 재료의 본질을 제시한다.

샹들리에 벌브.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샹들리에 벌브.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두번째 섹션 ‘소상공인에 제안하는 청년디자이너 디자인 이야기’에선 청년 디자이너 44팀이 디자인 아이디어 샘플 제품을 제안한다. 제품 생산을 희망하는 청년 디자이너와 소상공인을 연결시키기 위한 쇼룸과 같다. ‘캣타워 소파’ 외에 공간을 아름답게 꾸밀 수 있는 가성비 높은 ‘샹들리에 벌브’를 만나 볼 수 있다.

세번째 섹션 ‘나우! 디자인 트렌드 이야기’는 우수 협력 제품 전시를 통해 디자인 트렌드와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자리다. 지난 9월 파리 디자인페어 ‘메종&오브제’에 참가해 주목받은 조명 브랜드 아고(AGO)가 줄타기 광대의 모습을 연상케하는 U자형 모듈 조명 ‘서커스’, 떡을 찌르는 모양을 한 ‘모찌’, 둥글게 만 종이를 핀으로 잡아 올린 듯한 ‘핀치’ 등 8종의 컬렉션을 선보인다. 또한 오피스 가구 브랜드 포워크(4WORK)는 다양하게 좌석 구성이 가능한 ‘엔들리스 브릭 소파’, 아늑한 돔 형태로 개방된 장소에서도 사적 공간 연출이 가능한 ‘판테온 의자와 책상’ 등 아이 라운지 컬렉션을 공개한다.

모찌.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모찌.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관람은 모두 무료다. 전체 87개 제품 중 시민 투표와 전문가 심사를 거쳐 금상 4팀, 은상 2팀 등 6팀을 선정, 시상한다. 4~5일 전시장을 방문한 시민 누구나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가장 사고 싶은 제품 10개를 골라 투표하면 된다. 투표에 참여한 시민에게는 추첨을 통해 전시 제품을 선물한다.

최고의 디자인 제품은 6일 오후 5시에 열리는 시상식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고의 다지인 팀은 특별상인 신한카드상에 선정돼, 양산비용 2000만원을 받는다. 금상 은상 팀은 DDP 스토어 입점, 해외 전시 참가, 온라인 쇼핑몰 입점 등의 지원을 받는다.

서울디자인재단은 내년부터 프로젝트를 확장해 해외 디자인 기관과 협력하고 해외 전시도 추진한다. 최경란 재단 대표는 “동대문과 을지로처럼 서울 도심지역 특화 제조업에 디자인을 더한 제품 생산이 국내외 판매로 이어진다면 낙후된 지역사회가 재도약 할 기회가 될 것”이라며 “서울디자인재단은 지속적으로 소상공인과 디자이너가 만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jshan@heraldcorp.com

엔들리스 브릭 소파.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엔들리스 브릭 소파. [서울디자인재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