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협의회 파견나간 전모 차장 복귀 명령 사흘만에 숨진채 발견
인사 명령 불만, 현 경영진과 노조에 대한 비판 내용 유서로 남겨
시민주주단 등 전시성 업무 치중한 채 내부 조직 관리는 소홀 비판
[헤럴드경제=이진용·한지숙 기자] 서울시 산하기관인 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공사)에서 이 달 들어 직원 두명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 파문이 커지고 있다.
29일 서울시와 SH공사 안팎에 따르면 입사 15년 차인 전 모씨(건축3급)가 지난 21일 오전 은평구 집 근처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6일 양천영등포센터 직원 김 모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지 보름만이다.
▶헤럴드경제 11월8일자 10면 참조
전 모씨는 경영지원본부 인사노무처 노사협력부 소속으로 서울시 출연기관 노사정협의회에 파견 근무 중이었으나 사건 발생 3일 전에 복귀하라는 인사 명령을 받았으며, 이후 주변에 인사 발령에 대한 불만을 공공연히 말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숨지기 전에 남긴 유서에는 인사에 대한 불만, 특히 경영진과 노조에 대한 비판이 담긴 것으로 알려져, 유서 내용에 따라 사측에 대한 책임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시와 SH공사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전 모씨는 건축직임에도 사업시공부서가 아닌 민원 접점부서인 시설관리나 자재관리 등 기피부서를 돌았다. 지난해에는 공황장애를 이유로 8개월 간 질병휴직을 썼다. 복직을 한 뒤에는 새로운 각오로 노사정협의회 파견 직원 내부 공모에 응해 지난 6월18일자로 이 협의회 사무처 운영팀장을 발령받았다. 노사정협의회는 노조와 사용자 간의 요구를 조율하고 상호작용을 일으켜 새 노사문화를 만들자는 취지로 2000년 출범한 기구다. 김세용 SH공사 사장이 사용자 대표 위원들 가운데 상임의장을 맡고 있으며, 이우용 SH공사 1노조 위원장도 노조 대표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달 전 팀장은 기획팀에서 하던 업무가 운영팀으로 넘어오자 고성을 내며 화를 냈다. 기존 직원들과 갈등이 빚어지자 SH공사 인사노무처는 시급하게 복귀 명령을 내렸고, 전 팀장은 이 과정에서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평소 성실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일했는데 급작스러운 복귀 명령이 전 씨를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한 동기가 됐을 것으로 내부 직원들은 추측했다.
노사정협의회 사무처에는 운영팀과 기획팀의 업무를 조율하고 총괄하는 사무처장 직위도 있으나, 시는 5급직인 이 자리에 공무원을 파견하지 않고 있다. 시 관계자는 “행정안전부로부터 지자체의 산하기관 파견을 자제하라 지침이 내려온데다 다소 독립적인 기관인 노사정협의회에 파견하려면 별도 근거가 필요해 관련 조례 개정을 검토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단 유서를 확보하고, 시중에 떠도는 얘기에 대해 사실 관계를 파악할 예정”이라며 “유족은 산재처리를 희망하는 것으로 들어 안다”고 했다.
이에 대해 SH공사 관계자는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어서 별다른 입장이 없다는 게 공식입장”이라고 했다.
앞서 양천영등포센터 직원 김 모씨가 몸 담은 조직이 감사를 받던 중인 지난 6일 근무지에서 스스로 목을 맨 채 발견됐다. 그는 우울증 약을 장기 복용한 이력이 있었다.
잇따라 비극이 발생한 원인을 두고 회사가 단순히 우울증 등 개인사로 치부할 게 아니라 내부 직원 관리에 보다 신경을 써야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임대주택이나 시설관리 등 민원 접점 업무자, 심신장애자에 대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SH공사는 지난 6월에 서울시 자살예방센터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자살 예방사업을 강화한다고 대외적으로 알리기도 했다. 2015~2017년에 임대주택 입주자 62명이 자살하는 등 사회적 취약계층이 많은 임대주택에서 자살 사건이 끊이지 않아서다.
이번 사건으로 김세용 사장의 리더십은 또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 김 사장 취임 후 직원들의 하청업체 갑질 의혹, 퇴직자 일감 몰아주기, 인사노무처장의 여직원 성추행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아서다.
인사노무처장은 서울시에서 해임을 건의 했으나 김세용 사장은 측근 이란 이유로 인사위원회를 외부에서 열고 1직급 강등시키는 선에서 마무리 하기도 했다. 이에 사내에서는 인사위원회를 외부에서 여는 것은 처음이라며 그렇게 해서라도 측근을 보호하고 싶었나 하는 이야기가 나돌기도 했다.
최근에는 중랑구 사옥이전을 두고 노동조합과의 불협화음도 터졌었다. 내부는 이렇게 시끄러운데 김 사장은 창립 30주년 새 비전 ‘스마트 시민기업’을 선포하고, 시민·전문가 100명으로 꾸린 ‘시민주주단’을 출범시키는 등 전시성 경영에 지나치게 치중한다는 비판을 듣는다. 지난 서울시의회에선 김 사장의 이러한 업무 스타일을 두고 박원순 시장을 따라하기로 작정한 듯 하다는 의원의 지적도 있었다. 내부 결속을 다지고 서울시민의 주거안정을 실현하는 공기업의 기본의무를 지키라는 주문이 공사 안팎에서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