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디엔에이(DNA) 채취 과정에 불복절차를 두지 않은 게 위헌이라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지만, 국회 법 개정 작업에 진척이 없어 입법 공백이 생길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대검찰청 수형자 디엔에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는 신원정보는 1년에 2만여건에 이른다. 월 평균 1600여명의 DNA가 수집된다. 대상자가 동의하지 않아 수사기관이 영장을 청구해 집행하는 비율은 0.54%다.
헌법재판소가 정한 입법 개정 시한은 다음달 31일까지다. 2010년 도입된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DNA법)’은 살인이나 강간 등 11개 강력범죄를 저질러 유죄 판결을 받은 형 확정자와 구속 피의자를 상대로 DNA를 채취할 수 있도록 했다.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이 법 8조는 채취대상자가 동의하지 않는 경우 영장을 발부받도록 한 조항인데,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 조항 자체가 효력을 잃어 영장에 의한 DNA채취가 불가능해진다.
정용환(44·사법연수원 32기) 대검 디엔에이화학분석과장은 “현재까지는 채취 이유를 설명하고, 부동의할 경우엔 영장을 집행할 수 있다고 고지하면 대부분 동의해왔기에 영장 비율이 낮았다”며 “하지만 영장을 칠 근거법의 효력이 없어지면, 수형인이나 피의자들이 처음부터 채취를 거부하는 일이 많아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최근 화성연쇄살인 사건 진범이 이춘재로 밝혀지는 데도 DNA DB의 공이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입법이 늦어질 경우 장기미제사건 해결이 어려워지고, 현장에서 발견된 용의자 DNA를 대조할 확인 자료가 부족해진다.
현재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송기헌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 등 3개 법안이 발의됐지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것이 없어, 연내 입법이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개정안에서 부칙으로 소급효를 인정할 것이냐가 중요하다. 2010년에 디엔에이법이 처음 시행될 때도 그 이전 형이 확정된 사람들에 대해서도 소급적용을 하도록 만들었다”고 밝혔다. 송 의원이 낸 개정안에는 입법이 늦어질 경우 법률 효력을 소급해서 적용하는 규정을 뒀다.
헌재는 지난해 8월 DNA법 8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영장 발부 과정에서 채취당사자에게 의견진술 기회를 절차적으로 보장하고 있지 않고, 발부 후에 불복할 수 있는 구제절차마저 마련해두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던 금속노조원 황모 씨는 이외에도 대검찰청을 상대로 이미 등록된 자신의 DNA신원확인정보를 삭제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지난 15일 첫 변론이 열렸다. 대리인인 법무법인 지향의 이상희 변호사는 “일단 현행법을 전제로 재범의 위험성이 없는 사람에게까지 디엔에이를 채취하고, 그걸 사망할 때까지 국가가 관리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황씨 등 금속노조원 48명은 2010년 경북 구미의 한 공장을 점거하고 파업농성을 하다가 주거 침입죄로 기소돼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민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