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연금 승계놓고 배우자·자녀 갈등
자녀 동의없는 ‘신탁형 주택연금’ 절실
고령화로 기대수명이 길어지면서 주택연금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부모가 가진 주택을 자신이 물려받을 재산으로 생각하는 자녀가 주택연금 가입을 반대하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 갈등 요소로 떠올랐다. 자녀 동의 없이도 자동으로 배우자에게 주택연금이 승계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고령화로 우리나라 상속 시장이 큰 변화를 겪고 있지만 상속재산 절반 이상이 주택에 편중돼 있어 주택연금을 통한 노후 대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택연금은 고령자들이 보유주택에 거주하면서 주택을 담보로 연금을 받고 사후에 정산하는 제도다. 주택연금 누적 가입자는 상반기말 기준 6만5581명에 달한다.
주택연금 가입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은 살고 있는 집을 자녀에게 물려주기 보단 노후생활에 활용하려는 의지가 강해졌기 때문이다. 주택금융공사의 주택연금 수요실태조사에 따르면 60~85세 고령층 사이에서 “집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응답 비율이 2008년 12.7%에서 2018년 28.5%로 2배 이상 늘었다.
반면 자녀 세대는 집을 빼고 나면 물려받을 재산이 없다고 항변한다. 우리나라 60세 이상 가구의 평균 총자산(4억1000만원)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3억2000만원으로 평균 78.2%에 달한다.
주택연금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크다보니 이미 주택연금을 가입한 경우라도 가입자가 사망한 뒤 배우자가 주택연금을 이어 받기 위해서는 자녀와 갈등을 빚기 일쑤다.
서울에 거주하는 80대 남성 A씨는 아내가 세상을 떠나고 살던 집에서 나와야 하는 곤경에 빠졌다. 월 159만원을 받던 주택연금이 화근이 됐다. A씨는 아내가 죽은 뒤 연금을 계속 받으려고 했지만 7명이나 되는 자식들이 “우리가 물려받을 재산을 연금으로 날릴 수 없다”며 하나같이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 결국 주택금융공사가 경매를 진행해 집은 3억3800만원에 낙찰됐지만 연금 지급분을 상환한 후 남은 돈을 자녀 1명당 900만원씩 나눠주니, A씨의 손에 남은 것은 9300만원 뿐이었다.
이에 올해 3월 주택연금 가입자가 사망할 경우 자녀 동의 필요없이 배우자에게 자동으로 승계되는 ‘신탁형 주택연금’도입이 예고됐지만, 주택금융공사에 신탁사업자 지위를 부여하는 법 개정이 요원한 상황이다.
정나라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구원은 “주택연금 승계 문제는 고령사회의 상속시장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금융기관은 고령자 상속에 특화된 맞춤형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야 하고 정부는 현재 상속세제와 제도를 재점검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호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