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코 지분매각 대금 내달 납입

지분정리 상장 재추진 여건 마련

기업가치 최소 8조1000억 예상

내년 실적 큰폭 개선 여지 우호적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사들인 아람코가 주식 매입대금을 입금하기로 하면서 현대오일뱅크 상장이 다시 시동을 걸수 있게 됐다. 내년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데다 SK네트웍스 주유소 영업권을 인수할 경우 기업가치는 적어도 8조5000억원은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현대중공업지주는 다음달 중순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로부터 현대오일뱅크 지분(17%) 매각 대금 약 1조4000억을 받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등 신사업 추진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현대오일뱅크 상장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연초 아람코와 전략적 관계를 맺기 위해 현대오일뱅크 지분 17%를 매각하면서 관련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상장을 보류했다. 현대오일뱅크 측은 상장이 완전히 취소된 것이 아니라 연기된 것이라는 점을 누차 밝혀왔다. 주식 매각 대금이 다음달 납입되고 지분 관계가 확정되면 상장을 재추진할 절차적 여건은 마련되는 셈이다.

이번 공시를 통해 재확인된 것은 현 시점에서의 현대오일뱅크 기업가치다. 17%에 대한 매각 대금 1조4000억원을 역산하면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가치는 약 8조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실제 상장이 이뤄질 내년에는 시장에서 평가받는 가치, 즉 예상 시가총액이 이를 뛰어넘을 가능성도 높다.

현대오일뱅크는 SK네트웍스 주유소 320개의 인수에 참여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오일뱅크-코람코 컨소시엄이 협상 중인 인수 규모는 1조3000억~1조4000억원 선이다. 코람코가 부동산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갖는 대신 주유소 영업권은 현대오일뱅크가 갖는 방안이 유력하다.

당초 SK네트웍스가 세일앤리스백(sale and lease back) 형식으로 부동산 자산만 매각하려고 했을 당시 거론된 가치가 1조원임을 감안하면 주유소의 영업권 가치는 3000억~4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를 단순합산해도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가치는 적어도 8조 5000억원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인수로 현대오일뱅크가 GS칼텍스를 제치고 업계 2위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점도 호재다. IB(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업계 2위의 가치가 상장 수요예측이나 일반 청약 등 시장 평가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상장 재추진 가능성이 높은 내년에는 실적도 큰 폭의 개선세를 보일 전망이다. 지분 매각을 통해 아람코와 돈독한 관계를 맺은 현대오일뱅크는 내년부터 20년간 아람코로부터 하루 15만배럴의 원유를 도입하는 대신 아람코에 휘발유와 경유, 항공유 40조원 어치를 공급하기로 하면서 안정적인 영업 활동을 위한 기반을 쌓았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IMO2020 규제와 겨울 난방유 수요 증가로 정제마진이 개선되면서 내년 현대오일뱅크의 영업이익은 1조6803억원으로 전년 대비 176.9%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호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