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강력한 내수 활성화 대책으로 경제 살리기에 올인하는 정부와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간에엇박자가 나타나고 있다. 미묘한 감정다툼이 연출되기도 한다. 특히 당정은 세금 인상 방침을 놓고 구체적인 각론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 경제 정책을 빠르게 추진하려는 정부와 민심 이반을 우려하는 여당의 입장이 충돌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정 간 ‘엇박자’는 지난 16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기업 사내유보금 과세 방침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본격적으로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기업의 사내유보금에 과세하는 방침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직후부터 천명해온 주요 정책 중 하나다.
하지만 당정 간 골은 이보다 더 빨랐다. 정부가 담뱃값 2000원 인상 방침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당의 불만이 증폭됐다는 지적이다. 지난 11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새누리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최고위회의에 담뱃값 2000원 인상을 골자로 하는 정부안을 보고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 참석한 여당의 주요 당직자들은 “국민건강과 세수증대를 위해 바람직하지만, 서민부담 가중 등 저항이 만만치 않다”는 이유를 들면서 정부 방안에 우려를 표했다. 이에 정부 측 인사로 참석한 문 장관, 최경환 부총리는 당의 우려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고회의 직후 강석훈 새누리당 정책위 부의장은 “정부가 새누리당 안대로 1500원 인상안을 입법예고 할 것”이라고 했다. 또다른 당직자도 “당정 간 1500원 인상으로 조율됐다고 보면 된다”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곧이어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나온 결과는 딴판이었다. 최 부총리가 정부안을 밀어붙였고, 문 장관은 담뱃값 2000원 인상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집권여당의 중론을 무시하면서까지 정부안을 강행하자 한 순간에 여당의 체면은 일그러졌다.
앞서 당정은 담뱃값을 500원 올리고 2016년 이후 물가 상승률을 적용하는 ‘지방세법 개정안’(이한구 대표발의)을 정기국회에서 처리키로 합의까지 했지만 이후 열린 당ㆍ정ㆍ청 회동에서 이 안은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정부가 9ㆍ1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기 직전 열린 당정 정책협의에서도 여당 의원들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는 재건축 연한 완화 등 민감한 정책이 상당수 담겨 있다”며 “이렇게나 민감한 대책을 왜 발표 몇 시간 전에 보고하느냐”는 반발이 터져나왔다.
정부가 올해 안 개정을 목표로 하고 있는 공무원연금 개혁의 경우엔 당정 간 ‘책임 떠넘기기’가 한창이다. 표를 의식해야 하는 여당으로서는 100만 공무원에, 가족까지 500만명과 관련된 정책이 “너무 급하게 추진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결국 여당은 학회가 보고하는 세미나 형식을 빌어 최대한 잡음 없이 공무원 연금 개혁방안을 내놓겠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