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신개념 TV '더 세로' 상품기획ㆍ디자이너 인터뷰 - 프로젝트명 ‘포틀랜드’ 출시까지 3년 소요 - 평균 TV제작주기 보다 3배 더 걸려 - 13.5도 기울기ㆍ회전속도 등 최적조건 ‘씨름’ - 기존 준거없어 자동차ㆍ로봇 동원도 - 가로ㆍ세로ㆍ스피커 ‘Buy 1 Get 3’ 효과 - “모바일에 갇힌 만족감 깨고 싶었다”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TV를 세로로 왜 돌려? 그걸 누가 보나?”
지난 5월 말 국내 시장에 세계 최초로 선보인 ‘더 세로’가 기획될 당시 삼성전자 내부에서 나온 우려다.
‘더 세로’는 TV 화면이 16:9가 아닌 9:16으로 뒤집어져 스크린이 가로ㆍ세로 자유롭게 움직이는 신개념 TV다.
벽걸이가 아닌 스탠딩 형태이며, 스마트폰과 손쉽게 미러링(화면공유)돼 모바일 콘텐츠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IT기술에 능한 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를 겨냥해 출시됐다.
1878년 독일 K.F 브라운이 브라운관 TV를 발명한 이래 최초의 세로 기본 TV로 평가된다.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 ‘더 세로’ 팝업스토어에서 ‘더 세로’의 탄생 주역 정강일 삼성전자 TV상품기획그룹 프로(수석)와 조철용 FX디자인그룹 프로를 만났다.
두 프로는 같은 대학 과 동기로 2002년 나란히 삼성전자에 입사해 TV 등에서 17년간 의기투합한 사이다.
‘더 세로’ 아이디어는 2016년 가을 삼성전자의 미래 디자인을 연구하는 FXD(Future Experience Design)그룹에서 처음 나왔다. 일반 TV 제작 주기가 1년임을 감안하면 ‘더 세로’는 출시까지 3년이 걸린 셈이다.
프로젝트명은 ‘포틀랜드’. 미 남서부 지역명이지만, 포트레이트(Portraitㆍ세로)와 랜드스케이프(landscapeㆍ가로)의 합성어로 ‘더 세로’의 정체성을 담았다.
기획 초반에는 내부에서 부정적 의견도 많았다.
세로 영상도 많지 않은데 굳이 스크린을 돌릴 필요가 있느냐에서였다.
정 프로는 “스마트폰을 하루 18시간 이상 사용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았다”며 “이후 틱톡(Tik Tok)과 같은 세로 영상이 많은 앱이 확산하면서 프로젝트가 힘을 받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새로운 공간에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자”는 경영진의 지지도 밑거름이 됐다.
세상에 없는 제품을 만드는 작업은 수수께끼의 연속이었다.
참고할 만한 준거가 없어 모든 부분의 기준을 새로 잡아야 했다.
정 프로는 “TV 전체 높이는 물론 화면 회전속도와 기울기, 스피커 높이 등 논의를 거듭할수록 ‘경우의 수’가 무한대로 많아졌다”며 “황금비를 찾고 단순화하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화면 회전시점을 결정하는 데만 100번이 넘는 논의를 거쳤다”고 웃으며 말했다. 사용자가 휴대전화를 돌리면 실시간 자동으로 돌아가게 할지, 회전을 원할 때만 특정 조작을 통해 돌아가게 할지 등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기존에 없던 제품인 만큼 ‘사용자 테스트’와 ‘컨셉트 테스트’도 수차례 거쳤다.
특히 사용자 테스트는 한국과 미국 밀레니얼 세대를 대상으로 3차까지 시행됐다. 시험단도 대학생과 직장인 두 그룹으로 나눠 삼성 제품이란 고지 없이 블라인드 테스트로 진행했다.
정 프로는 “밀레니얼 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국적을 불문코 멀티태스킹(두가지 이상의 일을 동시에 수행)을 한다는 것”이라며 “이들은 한가지만 할 때 도태되고 지루하며 심심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더 세로’가 13.5도 기울기의 스탠딩 형태로 제작된 것도 이 때문이다.
조 프로는 “TV가 벽에 붙게 되면 음악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스피커 기능에 제약을 준다”며 “스탠딩 형태가 어디에 둬도 접근성이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디자인 모티브는 공간과 친숙한 ‘바닥에 비스듬히 세워진 액자’였다”며 “13.5도는 90도부터 조금씩 눕혀보는 실험 끝에 찾아낸 가장 편안한 각도였다”고 말했다.
자동차ㆍ로봇과의 씨름도 길었다.
조 프로는 “스크린을 돌렸을 때 기계적인 딱딱함이 느껴지면 곤란했다”며 “움직이는 자동차와 로봇 연구를 통해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느리지도 않는 부드럽고 직관적인 회전을 구현해냈다”고 말했다.
43인치 단일 모델로 출시된 것에 대해서는 “(초대형 TV의 시작인) 75인치에서 보여지는 세로 모바일 콘텐츠의 화면 크기가 중앙의 43인치”라며 “나머지 좌우는 블랙으로 처리되는데 이를 잘라내서 43인치 세로 스크린으로 띄우면 콘텐츠의 집중도와 몰입감이 커졌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향후 소비자 요구에 따라 크기는 다양해질 수 있다”고도 했다.
정 프로는 더 세로에 대해 “오픈 퀘스천(열린 질문) 같은 제품”이라고 정의했다. 공간과 사용자의 쓰임에 따라 만족하는 부분이 달라진다는 점에서다.
그는 “온종일 사용하는 모바일에 불편함이 있음에도 ‘이 정도면 됐지’하고 스스로 만족감을 가둬버리는 경향이 있다”며 “모바일 세로 콘텐츠를 대화면으로 즐기는 등 미처 체감하지 못한 경험의 질과 편리함을 더 세로를 통해 느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조 프로는 “BUY 1ㆍGet 3(하나 구매시 세개 얻음) 효과가 크다”며 “가로ㆍ세로 화면뿐 아니라 60W 중심잡힌 저음의 풍부한 사운드도 즐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더 세로’의 출고가는 189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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