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의 세계대회 우승 수학수재 사고후 뇌진탕 증세 일상 ‘삐긋’ 성공에 대한 집착이 자살 불러

올림픽 사이클 선수였던 켈리 캐틀린의 앞에는 ‘장밋빛 미래’만 기다리고 있는 듯 보였다. 세계 대회에서 세 번의 우승 이력을 가진 그는 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고, 스탠포드대 대학원에서 컴퓨터수학을 전공하는 수재였다. 하지만 켈리는 올림픽 스타가 될 수 있는 기회도, ‘실리콘밸리’에서의 새 미래도 모두 져버린채 지난 3월 8일, 극단적인 선택을 하며 세상을 떠났다.

장래가 촉망받던 24살의 사이클 선수는 왜 죽음을 선택했을까.

그가 떠난 지 한 달,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가족과 주변인들의 증언을 통해 켈리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나섰고, “그의 성공 뒤에는 고통이 도사리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가족들의 전언에 따르면 켈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성공’ 해야한다는 신념이 강한 사람이었다. 병리학자인 그의 부모는 켈리와 그의 세 쌍둥이 형제들을 “충분히 노력한다면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잘 할 수 있다”고 교육했다.

외향적이었던 켈리는 성공에 집착하면서 외부로부터 자신을 격리시켰다.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절대 사랑하지 말라’, ‘괴로움이나 고통을 야기시킬 수 있을 정도로 타인과 가까워지지 말라’ 등 사회적 관계에 있어 자신만의 규칙까지 만들었다. 그의 형제인 크리스틴은 “부모의 가르침이 켈리로 하여금 최고가 아니면 아무 가치도 없다고 생각하도록 만들었을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켈리가 고등학교 때 사이클을 시작했다. 사이클을 탄 지 2년만에 국가대표 선수 자격 테스트를 치렀다. 힘과 정밀성을 모두 갖추고 있던 켈리는 어렵지 않게 국가대표 마크를 가슴에 달았다.

사이클은 켈리의 성격마저도 변화시켰다. 켈리와 대학 개발팀에서 함께 일한 심리학자 셰리 타운센드는 “케틀린은 2016년 올림픽 출전 이후 자존감이 높아졌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도 점차 익혀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를 무너뜨린 것도 ‘사이클’이었다. 지난 1월 켈리는 사이클 팀과 함께 도로를 달리던 중 추락했고, 이후 뇌진탕 증세를 호소했다. 지난해 10월 팔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한 지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그때부터 켈리는 더이상 메달을 딸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뇌진탕 증세가 호전 된 이후에도 켈리는 더 이상 학업이나 사이클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가 남긴 메모에는 그가 그 전부터 자살을 계획했다고 쓰여있지만, 그의 가족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뇌진탕으로 인해 켈리가 생전 처음 성공만을 위해 맞춰놓은 자신의 ‘절제된 일상’이 무너지는 것을 경험했고, 자살을 계획한 것도 그때부터 일 것이라 추측했다. 사고가 일어난 같은 달, 켈리는 첫 번째 자살을 시도했고, 실패했다.

켈리의 아버지는 그가 자살한 원인은 성공에 대한 그의 집착, 과도한 훈련과 스트레스, 그리고 신체적 부상 등 복합적인 문제때문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 중에서도 “모든 일에 성공하겠다는 그의 평생의 다짐이 다시 자살을 시도하는 데 큰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켈리가 남긴 메모에는 “나는 운동선수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고 쓰여있었다.

손미정 기자/bal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