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회장 SK 사내이사 선임 반대 입장…구체적인 반대 이유 제시 못해 - 안건 통과 여부 관계없이 이미지 타격…“장기적 기업가치 고려를”
[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 기업들의 주주총회 시즌에서 국민연금에 연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진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국민연금에 스튜어드십 코드(의결권 행사지침) 강화 등 주주권의 적극적인 행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일부 주총 안건에 반대 의사를 밝히며 재계의 새로운 경영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연금이 기업가치 훼손을 이유로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지는 것이 되레 기업가치를 더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지난 26일 대한항공과 SK의 정기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과 관련 조양호 회장과 최태원 회장의 사내 이사 선임 건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결정했다.
이날 결정에서 눈길을 끈 것은 최 회장의 SK 사내이사 선임에 돌연 반대 의사를 밝힌 점이다. 조 회장의 경우 국민연금은 이미 지난해부터 주주권 행사를 여부를 논의해왔다는 점에서 예상할 수 있었던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최 회장의 사내 이사 선임 반대에 대해서는 재계에선 뜬금없다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국민연금은 SK 주총에 앞서 발표한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 회의 결과와 관련, “㈜SK 최태원 사내이사 선임의 건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적용된다고 판단해 반대를 결정했다”며 “염재호 사외이사 선임의 건에 대해 이해상충에 따른 독립성 훼손 우려로 반대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최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반대와 관련, ‘기업가치 훼손 이력’의 구체적인 이유를 제시하지 않았다.
재계에선 국민연금의 이같은 결정은 최 회장의 형사처벌 전력을 문제삼은 것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6년에도 최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을 반대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주총에선 주주 과반 찬성으로 최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주주들이 최 회장의 경영능력을 인정한 셈이다.
게다가 최 회장은 27일 주총에서 이사회 의장을 내려놓았다.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고,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라는 현 정부의 자발적 대기업 개혁 기조에도 부응하는 대목이다.
그런데 국민연금이 3년이 지난 올해 주총에서도 과거와 같은 이유를 들며 반대 의견을 낸다면 안건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SK의 대내외적 이미지와 신인도를 깎아내려 기업가치를 훼손한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장사협의회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스튜어드십 코드 시행 원년을 맞아 국민연금은 주총에서 경영진 견제보다 장기적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이번주 주총이 예정된 상장사 30곳 가운데 15곳의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할 뜻을 밝힌 것에 대한 반발 입장을 낸 것이다.
일부에선 국민연금이 저조한 자산운용 수익률로 기금 고갈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과도한 기업 경영 개입으로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하고 있다. 지난해 국민연금의 연간 잠정 수익률은 -0.92%로 10년만에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특히 전체자산의 35%를 차지하는 국내외 주식 수익률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가뜩이나 글로벌 무역분쟁과 통화긴축, 신흥국의 신용위험 고조 등으로 악재가 쌓인 상황에서 엎친데 덮친 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기업 경영에 오히려 장애가 되는 주주권 행사를 남발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에 대한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보유한 지분에 대한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국민연금의 경영 개입이 회사 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igiza77@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