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우진 처장 “현형 규정상 불가…가능성은 있어”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한 경우’라는 조항에 걸려

-보훈처 내규에 불과해 사실상 보훈처 손에 달려

-여론 역풍 피하려면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피우진 보훈처장이 지난 26일 일제강점기 의열단장으로 조국 독립에 기여한 약산 김원봉 선생의 독립유공자 서훈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찬반 논란이 커지고 있다.

피 처장은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원봉 선생을 국가보훈 대상자로 서훈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지금 현재 기준으로는 되지 않는다”면서 “의견을 수렴 중이며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평화와 번영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북한 정권에 기여했다고 해서 (서훈 수여를) 검토하지 말라고 하는 부분은 (수용하기 어렵다)”면서 “물론 북한과 6.25전쟁을 치렀지만 그런 부분을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직 보훈처장이 김원봉 선생의 독립유공자 서훈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비춰져 파장이 증폭됐다. 그러나 보훈처는 서훈 가능성에 초점을 둔 발언이 아니라 현재 김원봉의 서훈은 규정상 불가하며 서훈을 위해서는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함을 강조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보훈처는 당일 ‘금일 정무위, 김원봉 선생 독립유공자 서훈 질의에 대한 보훈처 입장’ 자료를 내고 “김원봉 선생은 1948년 월북 후 북한정권 수립에 참여했기 때문에 현행 심사기준으로는 포상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심사기준을 개선하려면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보훈처장이 답변한 내용은 각계의 다양한 의견수렴 과정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보훈처에 따르면, 현재 김원봉 선생의 독립유공자 서훈에 장애가 되는 규정은 딱 하나다.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한 경우”라는 조항이다.

그렇다면 보훈처가 밝힌 대로 국민적 공감대가 이뤄져 김원봉 선생 서훈을 위한 환경이 조성됐다면 남은 절차는 무엇일까.

보훈처가 김원봉 선생 서훈이 불가한 근거라고 밝힌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한 경우”라는 조항은 보훈처의 서훈 관련 내규이다. 이 규정을 개정하려면 행정상으로 보훈처 공적심사위원회의 내규 분과위원회에서 개정된 내규를 의결하면 된다.

보훈처가 ‘입장’ 자료에서 의견 수렴과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한 것은 이 때문이다. 보훈처장이 임의로 해당 내규를 수정해 서훈할 경우 절차상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국민 여론이 악화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실제로 이와 같이 김원봉 선생에 대한 서훈 결정이 이뤄질 경우라 해서 상황이 끝나는 건 아니다. 특정 개인이나 단체가 이 서훈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고 서훈 취소를 요청할 경우 김원봉 선생 서훈을 둘러싼 논란은 2라운드로 진입하게 된다.

다만, 서훈 결정은 보훈처 자체적 결정으로 가능하지만, 서훈 취소는 법률에 근거해 진행돼야 한다.

이에 따라 김원봉 선생의 서훈 취소를 주장하는 개인이나 단체는 보훈처와 소송전을 치러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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