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어떻게 밝혀야할지보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더 고민하려 한다”
[헤럴드경제=문재연ㆍ이민경 기자] “이제 진실을 어떻게 밝혀야할지, 어떻게 거짓과 싸워 이겨야 할지보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더 고민하려합니다.”
안희정(55) 전 충남도지사로부터 수개월간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김지은 씨는 2일 선고공판 직후 이같이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12부(홍동기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30분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안 지사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뒤집고 징역 3년 6월을 선고했다. 안 전 지사는 법정구속됐다.
김 씨는 “안희정과 분리된 세상에서 살게 되었다. 길지 않은 시간이겠지만, 그 분리가 제게는 단절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오늘 선고결과를 “화형대에 올려져 불길 속 마녀로 살아야했던 고통스러운 지난 시간과의 작별”이라고 표현했다. 김 씨는 “말하였으나 외면당했던, 어디에도 말하지 못하고 저의 재판을 지켜보았던 성폭력 피해자들께 미약하지만 연대의 마음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김 씨의 대리인을 맡은 정혜선 변호사는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고, 법의 엄중한 심판을 보여준 재판부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그는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며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애써 감추고 조직 내에서 고군분투하며 성실하게 살아온 시간들, 어떻게든 정상적 생활을 유지하고자 일생에서 했던 노력들을 함부로 폄하하거나 평가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강압적으로 성관계했다고 결론냈다. 재판부는 특히 “성폭행 성희롱 사건 심리할 때는 성차별 양성평등 성인지감수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피해자 진술이 유일한 경우, 진술을 가볍게 배척할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안 전 지사는 수행비서이던 김지은 씨를 상대로 2017년 8월 29일부터 지난해 2월 25일까지 10차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ㆍ추행과 강제추행 등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안 전 지사에게 ‘위력’이라 할 만한 지위와 권세는 있었으나 이를 실제로 행사해 김씨의 자유의사를 억압했다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항소하고 “피해자를 지휘 감독하는 상급자가 권세를 이용해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라며 1심과 같이 징역 4년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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