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기간 층간소음 민원 30%이상 증가 -“음식 냄새 난다” 손가락질 얼굴 붉히기도 -“연휴에 갑자기 사람 늘어 생긴 일…도넘은 공격 삼가야”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쿵쾅쿵쾅’ 작년 설 전날 오후 혼자 사는 취업준비생 이모(29) 씨의 아파트가 흔들릴 듯 울렸다. 윗층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을 때는 ‘윗집에 꼬마 손님이 왔다보다’ 생각했다. 하지만 쿵쾅거리는 소리는 밤늦게까지 계속됐다. 공부에 집중이 되지 않아 베란다에 나갔더니 각종 음식 냄새와 담배냄새가 섞여 올라왔다. 그는 “윗층에 올라갈까 말까 수십 번 고민하다가 겨우 잠이 들었다”면서 “명절이니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려고 해도 소음이 반나절 넘게 계속되니 이성이 마비될 정도로 고통스러웠다”고 떠올렸다.
설 연휴 소음, 냄새, 주차문제 등으로 아파트나 빌라 등 공동주택에선 이웃사촌간 얼굴 붉히는 일이 생기고 있다. 집마다 갑자기 많은 사람이 모이면서 의도치 않게 벌어지는 일이 대다수이지만, 이럴 수록 서로에 대한 배려를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인천에 사는 주부 윤모(42) 씨는 재작년 설에 명절 음식을 하다가 엘리베이터에 탔다가 “냄새 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앞치마를 탄 윤 씨를 향한 말이었다. 그는 순간적으로 “죄송합니다”라고 말했지만 곱씹을 수록 불쾌했다. 그는 “요즘 세상이 팍팍한 것은 알고 있었는데 음식 냄새를 어떻게 막을 수 있다고 손가락질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음식 냄새는 내가 조심한다고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데 억울하다”고 털어놨다.
실제 서울시에 따르면 여름철 감소세를 보이던 층간소음 민원은 12월부터 2월까지 겨울 동안 크게 증가했고, 설과 추석 연휴 직후엔 약 30%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환경공단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콜센터가 집계한 월별 상담 통계에 따르면, 설 연휴가 있던 2017년 1월에만 센터에 1261건의 상담이 접수됐다. 이는 1000건 내외 상담이 접수된 다른 달에 비해 높은 수치다.
사소한 갈등을 넘어 폭행이나 살해 등 강력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실제 그동안 명절이라서 발생하는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지난 2013년 2월9일께 서울 양천구의 한 다가구주택에서는 1층에 사는 40대 주민이 층간 소음을참지 못하고 2층 이웃의 집에 불을 저지르는 일이 있었다. 연휴에 아파트 위아래 층에서 칼부림이 나는 일도 있었다. 같은해 설연휴 당일 서울 중랑구 면목동의 한 아파트에선 한 주민이 층간 소음 때문에 위층에 사는 이웃 형제 2명을 흉기로 찌르고 달아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설 연휴 이웃간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 서로를 위한 배려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찰 관계자는 “명절에 경찰 조사를 하다 보면 조금만 서로 말을 부드럽게 하고 미리 양해를 구했다면 예방할 수 있는 사건들이 대부분”이라면서 “많은 인원이 모여 생기는 일이니 인신공격을 피하고 서로 조금씩 이해하는 마음을 가져 올해 설엔 경찰조사를 받는 사람들이 줄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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