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번주 중 한국 군함 레이더탐지음 공개 검토” -한국 “양국 전문가들 참여해 객관적 검증하면 돼”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일본이 한국과의 ‘레이더 공방전’을 1개월 넘게 하고도 오히려 수습하지 않고 노골적으로 판을 더 키우고 있다. 일본이 내부 여론결집 등 국내 정치적 목적으로 한국과의 갈등을 활용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짙어지는 이유다.
21일 군 당국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달 20일 동해 대화퇴어장 인근 해상에서 우리 해군 광개토대왕함이 조난당한 북한 어선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일본 해상자위대 P-1이 접근한 사안에 대해 기존 주장을 지속하고 있다.
앞서 지난 19일 일본 언론들은 일본 정부가 이번 주 중 한국 군함(광개토대왕함)이 레이더빔을 쐈다는 증거의 제시 여부를 확정한다는 식의 모호한 보도를 이어갔다. 증거를 제시한다는 게 아니라 증거 제시 여부를 확정한다는 것.
일본 언론들은 일본 방위성이 ‘새로운 증거’로 초계기에 기록된 소리(레이더탐지음)를 공개하기로 방침을 굳혔다며 하와이를 방문한 이와야 다케시 방위상이 귀국하는 20일 이후 공개 여부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공개하겠다”는 명확한 입장을 나타내지 않고 “공개 여부를 검토한다”는 식의 모호한 표현을 쓴 것은 사태의 해결보다 갈등 확대 의도가 큰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전문가들이 이 사안을 외교적 사안이 아니라 실무 선에서 해결할 기술적 사안으로 보고 있는 데도 실무 협의에 주력하지 않고 ‘언론 플레이’를 택한 모습 또한 그런 의혹을 키운다.
일본은 “한국 군함이 일본 초계기에 사격용 레이더를 쐈다”고 주장해 한국에 싸움을 걸고 한국이 “그런 일 없다”고 반박하면 다시 “당시 레이더 주파수 특성을 공개할 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싸움을 키웠다.
한국이 “공개하라”고 맞받으니 일본은 공개하지 않고 오히려 한국에 ‘한국 군함 레이저 주파수 관련 정보 전체를 공개하면 동시에 공개하겠다’고 요구했다. 군에 따르면, 우리가 일본에 그런 정보를 공개하면 우리 군함 레이더 체계를 모두 바꿔야 한다. 군사적으로 수용 불가한 내용을 일본이 제안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일본이 탐지한 내용을 공개하라”고 촉구한 가운데 일본이 다시 이번 주 중 공개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단계까지 왔다. 그러나 일본이 실제로 해당 정보를 공개할 지 여부는 지금까지의 행태를 따져봤을 때 불투명하다.
일본이 언급한 레이더탐지음은 P-1 초계기에 장착된 레이더경보수신기(RWR)에 녹음된 경보음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RWR은 레이더 전자파를 음파로 전환하는 장치다. 사전에 상대국 레이더 주파수를 RWR에 등록해두면 상대국 레이더가 비추게 되면 경보 장치가 울린다.
일본이 공개한 동영상에는 RWR 경보음이 나오지 않는다.
RWR 경보음이 울렸다면 이는 일본이 우리 광개토대왕함 레이더 주파수를 알고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이 경보음이 울렸는지 여부 자체가 상당한 수준의 정보 사항이라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일본 측은 지난 1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장성급 회의에서 우리 측이 당시 해상초계기 RWR의 경보음이 울렸는지를 묻자 “군사보안이기 때문에 답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 일본이 뒤늦게 RWR 경보음을 공개하겠다고 밝힌 건 여러 이유로 석연치 않은 모습이다.
RWR을 어떤 수준으로 공개할 것인지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단지 그 소리만 공개하지 않고 그 소리가 광개토대왕함의 레이더에 따른 것인지도 일본이 밝혀야 한다. 그러나 일본이 그런 수준의 정보를 공개할 지 여부는 알 수 없는 단계다.
RWR은 사격용 레이더 뿐만이 아니라 탐색용 레이더에도 반응한다.
이런 측면에서 군사 전문가들은 일본이 단순히 레이더 경보음만을 공개하는 것은 확실한 ‘물증’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 경보음이 한국 군함의 사격용 레이더(STIR-180)에서 나온 것인지를 입증할 데이터를 제시해야 된다는 것이다. 녹음 일시, 방위, 주파수 특성 등이 모두 포함돼야 한다.
광개토대왕함은 2차원 장거리 탐색 대공레이더(AN/SPS-49)와, 3차원 대함 및 대공레이더(MW-08), 사격통제레이더(STIR-180) 등을 갖추고 있다. 이 가운데 MW-08은 대공 모드와 추적 및 유도 모드 겸용이다. STIR-180은 파장의 세기가 크고 긴 레이더 전자파를 쏴 표적을 추적한다.
우리 군은 당시 STIR-180은 운용하지 않았고, 나머지 두 레이더는 대공모드로 가동했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펼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초계기의 경고음을 공개한다면 이전처럼 사실을 왜곡하거나 양국 간 갈등을 조장하려는 의도로 부정확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일본은 공개하겠다는 경고음이 우리 광개토대왕함의 사격용 레이더(STIR-180)에 의한 것인지 확인돼야 한다. 부정확한 경고음을 공개해 위협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제사회에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으므로 일시, 방위, 주파수 특성 등 정확한 정보를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또한 “인도적 구조 활동을 진행 중인 광개토대왕함에 대해 지속적인 저공 위협 비행을 한 이유와 그토록 위험한 레이더의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면 즉시 회피기동을 해야 함에도 여유 있게 비행을 한 이유도 밝혀야 한다”며 “일본은 부적절한 여론전을 펼칠 것이 아니라 정확한 증거를 제시하고 양국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검증을 받으면 된다”고 일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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