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종 성장 ‘상고하저’ 전망 자동차·반도체 등 주력업종 모두 실적부진 위기감 증폭
내년은 우리 경제의 주력 업종 대부분의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글로벌 교역 조건이 악화되면서 반도체와 자동차 등 대형업종의 실적 부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수주가 이어지고 있는 조선 업종마저 하반기에는 성장폭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 상황을 분석하는 주요 국내외 기관들은 내년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2.5~2.6%로 전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투자 감소에 따른 고용 위축과 가계 부채 급증, 이어지는 무역분쟁을 이유로 내년 경제성장률을 올해 한국은행 전망치보다 0.1%포인트 낮은 2.6%로 예상한 것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한걸음 더 나아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내년 2.5%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들의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업종별로 들여다보면 위기감이 더욱 증폭된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우리 경제의 이익과 고용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주요 업종의 영업이익 추정치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와 관련 장비의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는 18조79억원으로 6개월 전 추정치에 비해 11.6%나 감소했다. 이는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인 22조4863억원보다도 20% 가까이 감소한 것이어서 반도체의 슈퍼 사이클이 끝났음을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D램 수요를 주도해 온 서버 수요의 최근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어 D램 수요 역시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면서 “2년 간 급등한 D램 가격에 대한 피로감이 맞물리면서 D램의 평균판매단가(ASP)는 올 4분기에 7%, 내년 1분기에 8%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낸드플래시 메모리 역시 내년 1분기 공급과잉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낸드 산업의 전환투자가 집중됐기 때문에 내년에는 낸드 플래시 메모리의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하락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2년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자동차 산업은 더 우울한 새해를 맞는다. 완성차 업종의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는 6개월새 18.4% 감소해 5조 6000억원대를 하회하고 있다. 자동차부품 업종의 내년 영업이익도 4조8920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산업의 부진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와 수요 부진에 따른 수출 감소 때문이다. 최근 산업연구원은 내년 자동차와 관련 부품 수출이 올해보다 0.2%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고속성장을 해온 중국 자동차 판매량이 경기 둔화와 무역분쟁 우려로 올해보다 0.2% 증가한 2320만대에 그칠 것으로 추정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차는 미국과 중국시장에서 비중이 급격히 높아지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 긴밀히 대응하지 못하면서 올해 영업이익이 2012년 대비 3분의 1로 급감했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버팀목을 해온 내수 역시 부진할 전망이다. 이보성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6월까지 개별소비세 인하가 연장되더라도 내수부진으로 인해 내년 국내 자동차 판매량은 올해보다 1% 감소한 179만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철강 업종은 달러 강세와 신흥국 철강업체와의 경쟁 심화로 고군분투할 전망이다. 김윤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에 이어 베트남 등 신흥국 철강업체가 대규모 증설에 나섰다“면서 “이는 중장기적으로 동아시아 철강 수급에 부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조선 업종도 내년 하반기에는 성장 속도가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조선업종의 영업이익은 올해 1582억보다 2.5배 가까이 늘어난 5323억원을 달성하겠지만 당초 예상됐던 6743억원보다는 크게 줄어든 수치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LNG선과 컨테이너 선을 중심으로 내년초까지 선박 발주가 크게 늘어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전세계 교역량이 둔화되고 유가가 급락하면서 수주잔고는 내년 초 정점을 찍고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년 실적 추정치가 꾸준히 하락하는 현재 추세를 감안하면 내년 우리 기업의 감익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지수 상승 기대감을 줄이고 경기방어주와 배당주의 비중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원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