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다른 건 못쓰겠다.”

일명 고데기 ‘끝판왕’으로 불리는 영국 가전기업 다이슨의 헤어 스타일러 ‘에어랩’을 사용한 기자의 한 줄 평이다.

일단 머릿결 손상이 확실히 덜하고, ‘한 듯 안한 듯한’ 자연스러운 웨이브에 절제된 고급스러움까지, 이른바 ‘가심비(가격이 비싸더라도 자신을 위한 소비)’를 제대로 충족시켜준다. 60만원 상당의 고가이지만 크리스마스 시즌 ‘물량이 달린다’는 이유를 실감하기에 충분했다.

첫인상부터 강렬했다.

가로 38㎝, 높이 16㎝의 베이지톤 고급 가죽 케이스는 거대한 보석함을 연상시켰다.

둥근 손잡이를 위로 올리니 머리를 말아주는 배럴(4개)과 브러시(3개), 드라이어(1개), 본체(1개)가 가지런히 정리돼 있었다.

다이슨 고유 색상인 '푸시아 컬러(꽃자주색)'와 날렵한 크롬 디자인만으로도 고급 살롱에 온 듯한 럭셔리함을 풍겼다.

머리를 감고 스타일링 전 단계인 말리기를 시작했다. 27cm 길이의 본체에 프리-스타일링 드라이어를 장착했다. 참고로 기자는 약간 긴 단발에 여자다.

본체 전원을 켜니 윙~하는 소리와 함께 10㎝ 길이의 ‘속이 뻥 뚫린 타원형’의 기구에서 강력한 바람이 뿜어져 나왔다.

여기서 포인트는 '윙~'소리다.

기존 드라이기의 '잉~' 혹은 '웽~'하는 소음이 아니라 소프트하면서도 정제된 '윙~' 소리가 난다. 미래 SF영화에서 첨단 로봇이 움직일 때 들어본 소리다.

바람은 사뭇 이중적이다. 강력한데 탁하지 않고 신선하다.

기존 드라이어의 바람이 뜨거워서 피하고 싶다면 에어랩의 바람은 이런 불쾌함이 없다.

피부에 닿는 기류에 분명 기술이 있다. 다른 업체들이 단순히 기기에서 바람이 나오는 것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다이슨은 피부에 닿는 느낌까지 한 단 계 더 고민한 흔적이 있다. 바람이 동글동글 말려 두피에 자극을 줄여주는 느낌이다.

머리에 드라이기만 대면 도망치던 두돌박이 아이가 에어랩으로 말려주니 가만히 앉아 있는 신기한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다음은 웨이브.

자료를 몇 번이나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았던 ‘코안다 효과(기체가 물체 표면을 따라 붙는 형태로 흐르는 현상)’를 체험할 때다.

배럴(원형판ㆍ머리카락을 돌돌 마는 기구)을 머리에 갖다 대기만 하면 자동으로 머리카락이 감기는 효과다.

드라이어를 빼고 30㎜ 배럴를 장착해 옆머리에 대봤다.

정말 머리카락이 마술처럼 배럴에 달라 붙었다. 기자의 오른손이 본체를 잡고 있을 뿐 왼손은 차렷자세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기존 고데기를 쓸 때는 왼손으로 머리카락을 배럴에 가져가 ‘돌돌돌’ 말았었는데 에어랩은 스타일링할 머리뭉치만 갈라주고 기기를 옆에 대기만 하면 머리가 자동으로 말려들었다.

배럴 역시 뜨겁지 않아 머리가 손상될 염려가 없다는 말을 실감케 했다.

원리는 본체 내부에 유리구슬 서미스터(온도에 따라 저항값이 변하는 소자)가 초당 40회까지 바람의 온도를 측정해 과도한 열을 막아준다.

배럴은 폭 30mm, 40mm로 각각 2개씩 총 4개가 담겨있다.

각 배럴에는 흰색 화살표가 각기 다른 방향으로 표기돼 있는데, 오른쪽 머리를 사용할 때와 왼쪽 머리를 사용할 때 서로 방향이 달라 따로 사용하기 위함이다.

마지막은 브러시.

기자가 가장 많이 쓴 브러시는 라운드 볼륨 브러시다.

머리를 드라이어로 신속하게 말린 뒤 라운드 볼륨 브러시로 정수리에 볼륨을 주니 스타일링이 간편하게 완성됐다.

특히 라운드 볼륨 브러시는 약간만 머리카락을 대고 있어도 볼륨이 살아났다. 브러시 표면 틈을 통해 바람이 고르게 분사되기 때문이다.

라운드 볼륨 브러시 외에도 소프트 스무딩 브러시(힘없이 처지는 모발용)와 하드 스무딩 브러시(굵고 곱슬거리는 모발용)가 있다.

머릿결의 특성에 맞춰 차별화한 것인데 기자의 머릿결은 무난한 편이어서 마땅히 체험할 기회가 없었다. 단순히 '빗'의 용도로 쓰였다는 게 솔직한 평이다.

그러나 머리가 긴 다른 가족의 만족도는 높았다.

소프트 스무딩 브러시는 볼 팁이 브러시 끝에 달려 있어 모발이 브러시 안에서 바람을 맞으며 볼륨을 살려줘 축 처지는 감이 덜하다고 했다.

웨이브를 만들 때도 배럴에 찬바람(본체의 파란점)을 쏘여주니 고정이 잘돼 얇고 힘없는 머릿결도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평했다.

다만 남성들에게 매력은 의문이다.

남편은 바람이 시원하게 나와 머리가 빨리 마르는 것은 합격점이지만 통상 남자들은 머리가 짧아 큰 돈을 내고 살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집에 있으면 즐겁게 쓰겠지만.)

기자가 사용한 에어랩의 가격은 59만9000원(풀세트가 장착된 컴플리트)이다.

별점 ★★★★ 자기돈 주고 사긴 부담스런 긴머리 여성 선물로 최상 아이템.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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