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지난해말~올해초 70%선 붕괴 직전까지 갔던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이후 완만한 상승세를 나타내 최근엔 74% 전후에서 움직이고 있다. 조선ㆍ자동차 등 주력 제조업은 물론 건설업 부진 등으로 경기 위축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상황에서 공장 가동률이 높아질 이렇다할 이유가 별로 보이지 않는데도 상승세를 보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왜 그럴까?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실물경제가 그만큼 좋아졌기 때문이 아니다. 가동률을 산정할 때 기준이 되는 제조업의 생산능력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그동안 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과잉 설비가 상당부분 해소된 셈이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경기가 위축된 지난해 12월 70.3%를 기록하며 70%선 붕괴 직전까지 갔다. 올 1월에도 70.6%로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다 2월에 72.1%로 반등한 후 3월에 다시 70.3%로 떨어지며 70% 붕괴 우려를 고조시켰다.

그러던 것이 4월에 72.4%, 5월에 74.0%로 반등했고, 6월(73.1%)과 7월(73.2%)엔 73%선에서 움직이다 8월에는 75.7%로 뛰어올랐다. 이후 9월 73.8%, 10월 74.0% 등 74% 전후에서 움직이고 있다. 작년말에 비해선 가동률이 4%포인트 가까이 오른 것이다.

분기로 보면 올 1분기에 71.0%로 바닥을 친 후 2분기 73.2%, 3분기에 74.2%를 기록하는 등 2분기 연속 빠른 반등세를 보였다.

물론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정상 수준에 이른 것은 아니다. 가동률은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와 같은 위기 시를 제외하고 2011년까지만 해도 대체로 80%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다가 2010년대 들어 단계적인 하락세를 보여 현재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연도별 제조업 가동률 추이를 보면 2011년 80.5%에서 2012년 78.5%, 2013년 76.5%로 떨어졌고, 2015년 74.4%, 지난해 72.6%로 2010년대 들어 줄기하게 하락했다. 지난해 경제가 3.1%의 반짝 상승세를 나타냈지만, 공장 가동률은 지속적으로 낮아졌다.

가동률은 생산실적을 생산능력으로 나누어 산출한 가동률지수에 가중치를 부여해 산출하며, 평균 가동률은 계절변동 요인을 제거해 조정해 지수를 산출한다. 때문에 평균 가동률은 실제 제조업의 생산실적은 물론 생산능력 변동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올 들어 가동률이 높아진 것은 생산능력 감소의 영향이 크다. 통계청이 집계한 생산능력지수는 지난해 4분기부터 올 3분기까지 4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분기별 감소폭은 지난해 4분기 -0.1%에서 올 1분기 -0.3%, 2분기 -1.0%, 3분기 -1.5%로 확대됐다.

생산능력이 감소한다는 것은 공장 시설을 폐쇄한 규모가 신설ㆍ증설 규모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제조업의 전체적인 생산능력이 4분기 연속 감소한 것은 1960년대 경제개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과거에는 외환위기 때에도 생산능력 자체를 줄이기보다는 조업을 단축해 위기를 넘겼지만, 이제는 이것이 한계에 달하자 생산시설 자체를 줄이거나 없애고 있는 것이다.

가동률로 본다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5~6년은 제조업의 위기가 심화됐던 시기였다. 기업들은 경영상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가동률을 80%선에서 70%선까지 10%포인트 정도 줄이면서 버텨왔으나, 그것이 한계에 달하자 생산능력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생산능력의 감축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과잉 또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설비나 기업ㆍ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그만큼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효율이 어느 정도 제거돼야 경제와 금융이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다.

올들어 나타나고 있는 생산능력의 축소와 이에 따른 제조업 가동률의 상승은 한국경제가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음을 드러내는 신호가 아닐 수 없다. 이전까지 확대지향적 경제에서 이제는 적정 수준의 적정 성장을 찾아가는 단계에 진입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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