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농가들이 국회에서 무허가축산 적법화 이행기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헤럴드DB]
축산농가들이 국회에서 무허가축산 적법화 이행기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헤럴드DB]

이행계획서 제출 후 14일 안 평가 적법화 이행기간 부여 ‘탁상행정’ 규제만 강조하면 일시 폐업 불가피

무허가 축사 적법화의 연착륙을 위한 합리적 이행기간이 1년 정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축산업계와 학계에서 커지고 있다. 각 지자체가 무허가축사 이행행계획서 제출 후 14일 안에 이를 평가해 적법화 이행기간을 부여하는 것은 탁상행정의 표본이라는 주장이다.

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무허가축사 이행계획서 제출을 마감한 결과, 대상농가 4만5951호 가운데 93.3%인 4만2871호가 제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정부는 분뇨처리시설과 배출시설 등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축사의 경우 사용중지와 폐쇄명령을 내릴 수 있는 ‘가축분뇨법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무허가축사는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행에 관한 법률’에 따라 당초 3월 25일부터 폐쇄 사용중지 등 행정처분을 받게 돼 있었다.

하지만 농협과 축산단체, 학계에서 농가의 준비기간 부족 등을 이유로 법 적용시점 연기를 강력하게 요구했고, 그 결과 정부와 국회가 축사규모에 따라 3단계로 나눠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이행계획서를 낸 농가들은 ‘1년’ 또는 ‘1년 이상’의 이행기간을 부여받아 법에 맞게 축사를 개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풀어야할 문제 아직도 산적= 지난달 27일까지 이행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은 축사는 행정처분 대상이며 적법화를 위한 1년여간의 이행기간도 부여받지 못한다. 문제는 이행계획서를 제출한 농가도 해결할 문제가 산적하다는 것이다. 복합적인 무허가 요인, 각종 법률적 제약, 소관부처별 무관심, 제도개선의 실효성 등 여러 가지의 제한요인을 일시에 해소하는 것이 사실상 일선 농가로선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현행 가축분뇨법이 건축법, 수도법 등 20여개 법률과 뒤엉켜있어 결국 ‘적법화’는 요원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 양주지역의 한 농가는 건폐율 40%의 지준인 지역에 축사가 위치해 측량결과 41%로 1%가 초과했다. 초과분도 도로를 불법점용하였으나 그 도로는 이미 기능을 상실한 폐도로이다. 그러나 기능이 상실된 도로의 매입이 불가하면 멀쩡한 축사의 일부를 철거해야만하는 상황이다.

또 천안 지역의 한 농가는 학교 외관선부터 200미터 이내에 위치하고 있다. 학교가 급식시설과 도서관을 2년 전 신축하면서 학교의 외관선이 확장됐고 때문에 농가가 학교정화구역내 위치하게 된 것이다. 이 농가는 불법 축사로 학교정화구역에 포함된 부분을 철거해야 한다.

축산업계에서는 ‘환경오염 개선’이 개정안의 핵심인 만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건폐율과 건축법 등의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특별법 제정을 통해 문제의 전반을 되짚고 정부차원의 지원을 통해 농가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적법한 연착륙 이행기간 절실= 축산업계와 학계에서는 각 지자체별로 적법화 이행기간이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행계획서 제출 농가에 최소 1년 이상의 이행기간을 일률적으로 부여하고 형평성 문제없이 충분한 적법화 추진기간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승헌 건국대 축산학과 교수는 “전국 230여개 지자체별로 적법화 이행기간이 천양지차일 경우,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면서 “전국적으로 이행기간을 일률적으로 1년을 준 후 법률적 미비 사항을 치밀하게 검토한 후 적법화하는 과정을 거쳐야한다”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또 “각 지자체 공무원들이 이행계획서 제출한 지 14일만에 해당농가를 다 평가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 적법한 연착률을 위한 충분한 이행기간이 부여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정문영 전국축협조합장협의회장(천안축협 조합장)은 “법과 규제만 강조하면 축산농가는 일시에 대규모 폐업 사태를 맞을 수 밖에 없다”면서 “이에 따라 농촌경제의 황폐화는 불 보듯 뻔하고 축산 농가의 감소에 따라 국내산 축산물의 지위도 약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 회장은 “식량 공급의 한 축을 담당하는 축산물의 수급 불안정 문제와 물가 불안의 우려는 더욱 가중될 것”이라며 “안타깝게도 이는 우리 국민이 떠안아야 할 부담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축산업계는 환경문제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제도개선이 시급하며, 특히 지자체들이 축산을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핵심산업으로 육성하려는 발상의 전환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배문숙 기자/oskymoon@


osky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