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유럽이 중동ㆍ아프리카 등 각지에서 몰려드는 불법이민자들로 골치를 썩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애완견들 마저 쾌적한 환경을 찾아 유럽으로 밀려들고 있어 문제시되고 있다.
난민들이 1600달러를 주고 지중해를 건너는 것처럼 애완견 불법이민의 배후에도 ‘애완견 마피아’(puppy mafia)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미국 NBC방송은 애완동물 복지시설이 잘 된 독일,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으로 병들거나 버려진 애완견, 애완고양이들이 대량으로 밀려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체코공화국, 헝가리, 폴란드, 슬로바키아 등 주로 동유럽 지역에서 넘어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은 유럽 최대의 동물 보호센터 ‘티어하임 베를린’(베를린 동물보호센터)을 운영중이다. 통일 전 동독이 원숭이들을 비롯한 실험동물자원 관리를 위해 세운 곳이다. 지금은 300마리의 개와 800마리의 고양이들을 포함해 버려지거나 몰수된 농장에서 키우는 가축, 앵무새, 토끼 등 다양한 동물들을 보호하고 있다. 연간 예산은 약 1000만달러(약 103억7000만원)다.
티어하임 베를린은 보호 중인 동물들을 입양하려는 사람이 없을 경우, 고통이 심한 불치병에 걸린 동물에 한해서만 안락사를 시키고 있다. 많은 동물들에게 있어 이곳은 ‘천국’인 셈이다.
NBC는 독일에 한 해 동안 얼마나 많은 애완견과 애완고양이가 불법으로 반입되는지 여부는 알 길이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여러 증거들을 통해 밀반입의 배후에 조직적인 마피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유럽의 국경이 개방돼있고 인터넷을 통한 매매, 형사고발을 주저하는 당국 때문에 불법 밀반입을 멈추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라고 분석했다.
사회문제 운동가인 비테 카민스키는 NBC방송에 아우토반을 통해 동유럽에서 넘어오는 자동차나 트럭을 검문해보면 아프거나 버려진 애완동물들의 반입 흐름이 꾸준함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독일 서남부 라인란트팔츠주 쉬퍼슈타트시 인근에서는 아우토반경찰이 슬로바키아에서 온 트럭의 교통사고를 조사하던 중 현장에 있던 트럭 뒷편에서 불독, 세인트버너드 등 100마리가 넘는 개들을 수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개들은 트럭의 밀폐된 우리 안에 갇혀있었고 오줌과 배설물로 지독한 악취를 풍기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동물 권리를 침해한 것이 분명하다고 판단되는 상황에서도 경찰당국은 형사처벌 근거가 부족하다며 사건을 덮었다.
이는 비단 독일의 문제만은 아니다. 아우토반에서는 벨기에로 향하는 비슷한 트럭이 발견됐으며 지난해 룩셈부르크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로 한 수입업자가 검거됐다. 그러나 이들은 3만달러(약 3110만원) 정도의 경미한 벌금만 물기때문에 수익이 위험부담을 뛰어넘는다고 NBC는 지적했다.
유럽이 애완동물 불법 밀반입과 동물권 침해 문제로 대중적 분노가 차오른 가운데, 지난 5월엔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독일 연방 식품 및 농업 관계 당국자들이 모여 첫 회의를 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