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솟값 고공행진…서민들 시름 깊어져 - 27개 농축산물 중 21개 평년보다 가격 높아 - 고랭지 배추ㆍ무 출하량 급감…가격 뜀박질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아휴, ‘금추’네 ‘금추’…. 배추 겉절이를 하려고 했는데 너무 비싸네. 배추는 한 포기만 사고 나머지는 양배추 겉절이 해먹어야겠어요.”
지난 28일 오후 4시께 서울 용산구의 한 대형마트. 주부 이순례(63ㆍ여) 씨는 한 손으로 묵직한 배추를 쥐어보더니 가격을 흘깃 쳐다본다. ‘PK 배추’와 ‘강원 알배기’의 가격은 각각 한 포기에 5980원, 6480원이다. 이 씨는 “배춧값이 아직도 너무 비싸지만 그래도 여기는 7000~8000원 하는 동네 마트에 비해 싼 편”이라며 “동네 반찬가게에서 파는 배추김치, 백김치, 겉절이 가격도 1㎏에 1만원으로 올랐다”고 했다.
채소 할인 코너를 서성이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주부 유모(57ㆍ여) 씨는 비닐로 포장된 감자를 뒤집어까며 꼬무락댔다. 표고버섯, 당근, 고추 등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거나 흠집이 생겨 상품 가치가 떨어진 ‘못난이 채소’를 30~40% 할인하고 있었다. 유 씨는 “세일 상품이 정상 상품보다 훨씬 싸서 잘 보고만 사면 식비를 아낄 수 있다”면서 “흐무러진 부분만 버리거나 잘라내서 먹으면 거의 차이가 없다”고 했다.
폭염과 태풍에 이어 집중호우로 생활물가 고공행진 추세가 좀처럼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으며 서민 가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주요 농산물 일일도매가격’에 따르면 28일 기준 주요 27개 농축산물 가운데 21개 품목이 평년보다 가격이 높았다. 최근 폭염과 잦은 비 탓에 전월과 비교해도 1개 품목을 제외한 22개 농축산물 가격이 올랐다.
특히 고랭지 배추ㆍ무 출하량이 급감하면서 가격이 뜀박질치고 있다. 고랭지 배추ㆍ무는 노지에서 재배되고,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특성상 고온에 특히 취약하다. 포기당 배추 도매가격(28일 기준)은 5644원으로 평년(3880원)과 비교해 45.4% 뛰었다. 무 도매가격 역시 평년(1458원)보다 120.2% 높은 3211원으로 올랐다.
감자는 20㎏에 4만2446원으로 평년(2만282원)보다 109.3% 높아졌고 당근도 1㎏ 기준 3423원으로 같은기간 무려 107.9% 상승했다. 대파는 1㎏에 2666원으로 평년(1760원) 대비 51.5%, 가지는 8㎏에 2만7원으로 같은 기간 48.1% 뛰어올랐다.
과일 가격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폭염에 따른 생육 저하와 수요 증가가 겹치면서 수박 가격은 8㎏ 기준 2만2802원을 기록해 평년(1만3535원)보다 68.5% 증가했다. 같은기간 여름에 자주 찾는 포도(5㎏)와 사과(10㎏)의 가격도 각각 67.9%, 68.6%나 증가했다.
주요 먹거리 품목들의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7월 생활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4% 상승해 2014년 9월 이후 3년 10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특히 폭염으로 농산물 가격이 뛰면서 농림수산품 가격이 한 달 전보다 4.3% 올랐다. 이 가운데 농산물은 7.9% 상승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7일 배추ㆍ무 가격 안정을 위해 긴급수매와 할인판매 계획을 담은 수급대책을 발표했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하순부터 배추를 일일 100∼150t 방출해왔지만, 가격 오름세가 꺾이지 않자 배추 3000t과 무 1000t을 긴급 수매해 도매시장에 집중적으로 방출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