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수급권자 연금지급에 국민조세부담 더 커질수도
[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보험료를 올리고 가입연령을 높이는 국민연금 개편안이 나온 후 국민연금 폐지론까지 등장했지만 올해 도입 30주년을 맞은 국민연금제도를 없앨 경우 청산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지적됐다.
22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 폐지는 절차상 국민합의를거쳐 국회에서 법적 근거가 되는 국민연금법을 없애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청산비용이 유지비용보다 훨씬 많이 들기때문에 불가능하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무엇보다 국민연금을 없애더라도 국민은 더 큰 조세부담을 짊어질 수도 있다. 올해 5월말 현재 국민연금 수급자는 447만877명에 달하는데 이들이 확보한 연금급여청구권은 정당한 기득권으로 법적 보호를 받는다. 이들에게 5월말 현재 적립기금 634조원을 다 주더라도 연금 지급액을 충당하기 버겁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납세자연맹 추산 결과를 보면, 2017년말 현재 수급자와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할 국민연금 충당부채(책임준비금)는 1242조원이다. 그러나 현재 적립기금은 절반인 621조원으로, 미적립부채(잠재부채)가 621조원에 달한다. 이는 미래세대, 후세대가 세금 등으로 부담해야 할 빚인 셈이다.
또 국민연금을 폐지하는 과정에서 수백조원의 금융자산을 한꺼번에 현금화할 경우 국내외 주식과 채권, 대체투자시장은 붕괴위기에 직면하며 대혼란에 빠질 수 있다. 국민연금이 삼성전자 9.67%, 현대자동차 8.44%, SK 9.20%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의 대주주로 있는데 이들 주식을 처분할 경우 주가 폭락으로 국내 금융시장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5월 현재 국민연금기금은 국내주식 130조원(20.5%), 해외주식 114조원(18.0%), 국내채권 295조원(46.5%), 해외채권 23조8000억원(3.8%), 대체투자 67조3000억원(10.6%), 기타부문 1조원(0.2%) 등의 자산을 굴리고 있다. 현금성 자산에 해당하는 단기자금은 2조2000억원(0.4%)에 불과하다.
국민연금기금은 제도를 도입한 1988년 5300억원에서 2003년 100조원을 돌파한 이래 올해 5월말 현재 634조원에 이른다.일본 공적연금펀드, 노르웨이 국부펀드와 함께 세계 3대 연기금으로 꼽힌다. 4차 재정계산 결과 국민연금 적립기금은 2041년에 1778조원으로 정점을 찍는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립기금의 비율은 2034년 48.2%까지 증가한 후 감소할 것으로 추계됐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일각에서 국민연금을 폐지하고 각자 알아서 노후를 준비토록 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만일 국민연금 없이 각자 알아서 노후준비를 한다면 대부분 사람은 미래 노후생활 준비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가가 책임질 수밖에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통계청의 2017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의 62.1%가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으로 노후를 준비하고 있고, 사적연금을 통한 노후준비는 9.8%에 불과했다. 국민연금이 폐지된다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수준인 노인 빈곤율이 더 악화해 사회불안이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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