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해창 선임기자]‘카피캣(copycat)’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애플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아이패드 신제품을 발표하면서 삼성전자, 구글, 모토로라 등을 싸잡아 카피캣으로 지칭해 일약 유명세를 탄 말이지요.

고양이(cat)에다 복사(copy)라는 단어가 합성돼 ‘모방자’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고양이가 영어권에서는 비열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의미하는 모양입니다. 그러고 보니 사회학 용어로 모방범죄(copycat crime), 모방자살(copycat suicide) 등의 단어로도 낯설지 않습니다.

카피캣을 한글로 하자면‘따라쟁이’ 쯤이 되겠습니다. 1등이나 인기 브랜드를 베끼다시피 한 유사상품 ‘미투(me-too) 제품’도 여기에 속합니다. 모방에 가깝거나 유사할 경우 해당 기업을 두고 ‘카피캣00’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 내놓는 샴푸 비누 등 생활용품은 물론이고 무슨 기름이나 식빵, 하다못해 막걸리까지 이것저것 다 비슷합니다. 흔히 중저가 매장에 즐비한 제품들은 대부분 이 부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시장에서의 판단은 엇갈립니다. 특정상품의 독주나 독점을 견제하고 소비자에게 다양성을 제공함으로써 마케팅과 서비스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주장과 연구개발이라는 값진 노력 없이 흐르는 물 떠먹는 식으로 무임승차한다는 주장이 팽팽합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산 ‘샤오미(小米ㆍXiaomi)’ 돌풍이 거셉니다. 애플을 대뫃고 베끼는 싸구려 모조품으로 어설프게 시작하더니 창업 5년 만에 중국시장에서 삼성전자를 누르고 점유율 1위에 오른 겁니다.

영국의 시장조사업체 캐널리스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는 14%, 삼성전자는 12%를차지했다. 1분기에는 삼성전자가 18.3%, 샤오미가 10.7%를 차지했었습니다. 역전이 된 겁니다. 더구나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으로는 세계 두 번째인 인도에서도 본토업체 마이크로맥스에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답니다.

우리말로 좁쌀인 샤오미는 ‘짝퉁애플’로, 창업자 레이쥔(雷軍)은 공식석상에선 늘 청바지에 까만색 셔츠를 입으며 스티브 잡스를 따라해 ‘중국판 스티프 잡스’로 통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오히려‘모방은 제2의 창조’라는 상식을 믿고 또 즐기는 레이쥔은 올해 안에 말레이시아, 터키, 러시아, 브라질, 멕시코 등 12개국에 진출해 내년에 국내외 판매량을 1억 5000만대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공언합니다.

게다가 그는 용병술까지 탁월하다고 합니다. 구글 임원 출신 휴고 바라 부사장을 스카우트해 글로벌전략을 맡겼습니다. 바라 부사장은 최근 언론을 통해 “샤오미를 애플의 카피캣이라고 부르는 것에 아주 넌더리가 난다”,“비슷한 재능을 가진 두 디자이너가 같은 결과를 내놓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는 등등 작심하고 뼈있는 말을 쏟아냈습니다. 샤오미의 탈(脫) 짝퉁선언인 셈입니다.

중앙정부 차원의 파격적인 지원으로 중국 중원 벌에는 제2, 제3의 샤오미가 계속 뒤를 잇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이 자랑하는 최강 실리콘벨리가 위협을 느낄 정도랍니다. 유럽기업들도 중국의 약진에 두려움과 부러움을 동시에 느끼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마케팅에 막대한 돈을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우리의 경우 미래창조과학부가 2년이 다되도록 너무 침묵 속에 갇힌 듯합니다. 정부와 기업들의 분발이 한층 더 요구되는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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