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담 속 분위기 화기애애 금리·지배구조·KPI 등 발언 곳곳에서 혁신 강조 現시스템 대수술 주문한셈 소리장도(笑裏藏刀). ‘웃음 속에 칼을 감추다’는 뜻의 손자병법이다.
‘금융사와의 전쟁’을 언급할 정도로 맹렬했던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은행장들과의 첫 만남은 예상 밖으로 부드러웠다. 은행장들은 덕담을 윤 원장은 주로 들었다. 하지만 이날 윤 원장의 짧은 말 몇 마디에는 비수의 날 빛이 번뜩였다.
23일 윤 원장과의 상견례에 참석한 행장들은 “호랑이가 아니라 친근한 이웃 같았다”고 입을 모았다. 중저음 톤으로 깔리는 웃음과 참석자들의 발언을 경청하는 자세에서 여전히 학자의 면모가 보였다는 전언도 있었다.
하지만 윤 원장은 건배사부터 “금융은 신뢰다”는 말을 내세우며 평소 소신인 소비자 보호와 금융권 신뢰 회복을 특히 강조했다. 그가 이날 소개한 금융감독 혁신과제는 금리산정 체계 합리화, 지배구조 개선, KPI(핵심 평가지표) 평가체계 개선 등이다. 하나 같이 현재 은행의 경영시스템에 엄청난 변화를 요구하는 주제들이다.
한 참석자는 “혁신안에 대한 얘기를 전반적으로 하셨는데, 특히 소비자 보호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다”며 “소비자 보호 위해 내부 통제 강화나 소비자 관점에서의 노력을 기울여달라는 당부가 있었다”고 전했다.
다른 참석자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큰 틀에서 은행의 KPI가 너무 과당경쟁 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었다”고 전했다.
윤 원장은 현행 KPI는 과도한 경쟁으로 이어져, 불완전 판매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를 보내고 있다. 실적으로 실력을 입증해야 하는 행장들 입장에서는 단기성과 위주로 KPI를 진행할 수밖에 없기에 당국의 이런 주문이 속으론 부담일 수 있다.
윤 원장이 소비자 보호를 위해 당부한 또 다른 과제는 자금 중개 기능이다. 적재 적소에 자금이 원활히 흐를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당부를 윤 원장은 “도움이 되는 금융, 쓸모있는 금융이 되어달라”는 말로 풀어갔다. 돌려 말하면 지금의 금융은 ‘쓸모가 적다’는 지적이 된다.
행장들도 소비자 보호라는 대의에 동의하면서 당국의 우려에 충분히 공감했다.
이날 참석한 금융권 관계자는 “행장들은 금감원의 새로운 정책 방향이나 혁신과제를 잘 인지하고 있고, 금융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되는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행장들은 이날 하반기 채용 확대와 사회공헌 활동 계획을 밝혔다. 은행권은 올해 하반기 약 3100명 등으로 채용규모를 지난해보다 54% 늘렸다. 7000억원 규모로 공동 사회공헌사업도 추진하기로 했다.
윤 원장은 오는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금융소비자 보호를 또 한 번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무보고에서는 은행 대출금리 산정 체계 합리화와 키코(KIKO) 전면 재조사 등이 주된 안건이 예정이다.
도현정ㆍ문영규 기자/kate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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