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대구경북=김성권 기자]폭염의 한 복판에 천년고찰 부석사의 연분홍 배롱나무 꽃이 활짝 피었다.
여름은 배롱나무 꽃과 함께 시작된다. 석 달 열흘 피고 지고, 지고 피는 나무, 목 백일홍, 배롱나무 꽃이 지면 여름도 끝난다.
경북 영주의 부석사 안양루가 딛고 있는 석축 끝에 서 있는 배롱나무 네그루에 꽃이 화르르 피어있다.
폭염이 절정을 이룬 산은 산이 낼 수 있는 모든 빛깔로 모자이크를 만들어 빛내고 있다.
예로부터 배롱나무는 사찰이나 선비들의 공간에 많이 심는다. 선비들의 거처 앞에 심는 것은 청렴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절간에 베롱나무 꽃이 많은 까닭은 스님들이 간다는 하직 인사 없이 배낭 하나 걸머지고 홀연히 떠나가는 경우가 많다보니 말없이 떠난 도반을 그리워하며 텅 빈 마음으로 베롱나무 꽃을 바라보며 마음을 달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꽃말이 '떠나간 벗을 그리워함' 이던가,
베롱나무 꽃은 질 때도 제 색깔로 화려하게 진다. 기세등등하게 색깔을 내며 피를 토하 듯 우르르 떨어진다.
우리 인간은 시시각각 변하는 갈대와 같은 모순적인 존재이다. 우리네 인생도 마지막 생명을 다할 때까지 변하지 않은 베롱나무 꽃 이 됐으면 좋겠다.
전국이 가마솥더위에 몸살을 앓고 있지만 부석사 배롱나무꽃은 가지마다 뜨겁게 꽃으로 피어 여름 폭염을 이겨내는 강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30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부석사의 풍성한 배롱나무꽃 앞에선 더위에 지쳐 짜증스러웠던 마음도 절로 너그러워 진다. ksg@heraldcorp.com
(본 기사는 헤럴드경제로부터 제공받은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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