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술 경험자 80% “삽입되는 제품 모른다” -인도, 중국, 미국 등 제조국도 다양 -환자에게 최소한의 정보 제공해야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 지난 2016년 대학병원에서 심장 스텐트 삽입 시술을 받은 A 씨가 퇴원한 지 9일만에 급성 심장사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가족은 갑작스런 죽음에 대해 “의료진이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충분히 설명을 하지 않았다” 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유족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근 심장 스텐트와 같은 인체 삽입 의료기기 시술 건수가 증가하면서 이처럼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종종 나오고 있지만 환자들은 시술 전 인체에 삽입되는 의료기기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심장 스텐트 삽입술은 2012년 5만5000여건에서 2016년 6만6000여건으로 연평균 4.7%씩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심장 스텐트 등 인체 삽입 의료기기 시술을 받은 환자에게 몸에 넣은 의료기기가 어느 제품인지 알고 있느냐고 물었을 때 이를 알고 있는 환자는 드물었다.
여론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이 지난 3월 전국 만 40세 이상 성인 남녀 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본인 또는 부모님이 시술경험이 있는 응답자 총 113명 중 92명인 81.4%는 ‘인체에 이식돼 있는 의료기기가 어떤 제품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심장 스텐트 시술 경험자의 경우에도 총 43명 중 35명(81%)이 해당 의료기기가 ‘어떤 제품인지 알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응답자 중 91.3%에 달하는 548명은 ‘환자가 인체이식 의료기기 제품 정보를 알아야 한다’고 답했다. 즉 국민 대다수가 ‘인체 삽입 의료기기 제품에 대해 환자 알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또 환자에게 제공돼야 하는 제품 정보로는 의료기기 제품의 효과성 및 안전성 정보 뿐 아니라 제품명, 제조사, 제조국에 대한 정보 등이 포함됐다.
이런 상황은 인체 삽입 의료기기 시술에서 환자가 심각한 ‘정보 비대칭’에 놓여져 있기 때문이다. 의약품의 경우 처방과 조제가 분리돼 의사가 처방한 의약품에 대해 환자가 약사로부터 복약지도를 받게 되어 있다. 하지만 인체 삽입 의료기기는 주로 시술을 하는 의사가 제품을 선택해 사용하기 때문에 환자가 본인에게 시술된 치료재료의 정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일례로 심장 스텐트의 경우 제조국이 인도, 중국, 미국 등 다양하다. 하지만 제품에 따라 국내 허가만 있을 뿐 해외 허가는 없는 제품도 있다. 제품 사양과 임상근거에 차이가 있지만 이를 환자가 아는 경우는 드물다. 최근 발암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산 원료 의약품 사태로 환자들이 혼란에 빠진 사건을 봐도 제조국 등 최소한의 제품 정보 제공은 필요하다.
이처럼 인체삽입 의료기기 시술 전 환자가 제품 정보를 확인하기 어려운 우리나라 현실에서 다양한 의료기기 제품에 대해 환자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선 무엇보다 환자가 스스로 ‘제품정보에 대한 설명’을 적극적으로 요청해야 한다. 특히 심장 등 생명과 직결되는 장기에 삽입되는 의료기기는 환자의 생명유지와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시술 전 환자가 제품 정보에 대해 충분히 알고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는 인체에 삽입된 의료기기에 대한 환자 불안감을 해소시킴과 동시에 차후 분쟁 소지의 방지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심장 등 생명과 직결된 인체 장기에 삽입되는 의료기기 제품이 무엇인지 아는 것은 환자들의 당연한 권리이며 시술자는 환자에게 제품의 정확한 정보를 알려줘야 하는 의무가 있다”며 “혹시 나중에 해당 의료기기에 문제가 발생했을때 또 다른 부작용을 미리 방지할 수 있는 차원에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