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최저임금에 이어 노동시간 단축 보완대책, 금융소득 종합과세 강화에 이르기까지 청와대와 여당ㆍ정부의 엇박자가 잇따르면서 핵심 정책의 결정구조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정책을 실제로 입안해 실행하는 주체인 정부 각 부처와 충분한 의견 조율이 없이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에서 정책 방향을 결정하면서 국민과 시장의 혼란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한 재정개혁특별위원회와 기획재정부의 이견은 정책결정 구조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대표적 사례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위가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금액을 현행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인하해 과세를 강화할 것을 권고한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기재부가 난색을 표하면서 큰 혼란이 빚어진 것이다.
물론 재정개혁특위의 역할은 주요 정책을 권고하는 것이며, 실제 정책의 입안과 실행은 주무 부처인 기재부가 맡고 있다. 때문에 재정개혁특위의 권고가 곧 확정된 정부 정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특위의 권고를 단순한 권고로 받아들이기엔 무게가 너무 무겁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그동안 부동산 보유세 등과 관련한 정책 방향을 묻는 질문에 재정개혁특위의 권고안을 바탕으로 종합적으로 검토해 세제개편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혀, 특위의 권고안이 정책 방향을 사실상 좌우할 것임을 시사해왔다.
재정개혁특위의 권고안 마련 과정의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특위는 사회적 이해관계가 첨예한 조세개혁과 재정지출 등 과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동의를 얻기 위한 대통령 직속 정책기회위위원화 산하 자문기구로 설립됐다. 당초 예상보다 늦은 지난 4월 9일 출범해 그동안 11차례의 조세 소위원회와 7회의 예산 소위원회를 열고 상반기 재정개혁 권고안을 내놓았다고 특위는 밝혔다.
하지만 설립 취지와 달리 현안에 대한 국민적 의견수렴 과정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세제 분야의 경우 의견 수렴은 지난달 22일 열린 ‘바람직한 부동산세제 개혁방안’에 대한 정책토론회가 유일했다. 이번에 논란이 된 금융소득 종합과세에 대한 공론화 과정은 아예 없었으며, 부동산세제와 관련한 정책토론회도 종합부동산세 강화방안에 한정됐고, 참석자도 학자와 시민단체 중심이었다.
특위는 세제개혁 방안을 마련한 조세 소위원회가 11차례 열렸다고 밝혔지만, 의제는 물론 회의 개최 사실조차 비밀에 부쳐질 정도로 은밀하게 진행됐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에 대한 국민적 의견수렴을 추구한다는 설립취지가 무색한 셈이다.
앞서 최저임금 인상 속도와 관련해 정부와 청와대가 엇박자를 내 기업과 노동계가 혼란을 겪기도 했다. 또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탄력근로시간제 적용기간을 확대하는 문제를 놓고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마찰을 빚기도 했다.
당ㆍ정ㆍ청의 이러한 불협화음은 기업과 노동계, 납세자 등 국민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보다 치밀하고 충분한 의견조율을 통해 정책 방향을 잡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정책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고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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