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론 돌아갈 수 없었다” 끝까지 죽도록 뛴 태극전사들 ‘축구는 90분부터’ 유행어 제조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울보 손흥민’

러시아 카잔 그라운드에서 떨군 손흥민의 영롱한 눈물속엔 성취감, 아쉬움이 섞여 있었다.

그리고 월드컵 축구에서 세계랭킹 1위를 꺾은 자신감으로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서 우리도 최고의 자리에 서겠다는 결기도 배어 있었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막내로서 눈물을 쏟았던 그는 러시아 월드컵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도 눈물을 쏟아냈다.

그리고 그는 “이대론 돌아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눈물의 의미는 달랐다. 4년전엔 “지는 것이 싫다”고 울었다. 월드컵에서 손흥민이 운 것은 네번째이다.

브라질 대회 알제리전에서 손흥민은 한국이 전반에만 3골을 내주고 0-3으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자신의 월드컵 첫 골을 넣었다. 결국 2-4로 완패하자 땅을 치며 울었다. 이어진 벨기에와의 경기에서도 지자 굵은 눈물을 뚝뚝 쏟아냈다.

러시아에서 울지 않으려 했다. 4년간 유럽 최고 선수의 반열에 우뚝 선 손흥민은 16강 진출의 고비였던 멕시코전에서 두번째 골을 넣었지만 경기가 끝난뒤 라커룸에 찾아온 문재인 대통령을 끌어안고 펑펑 울고 말았다. 분했다.

그는 자신이 골을 넣는 경기때 마다 운다.

28일 새벽(한국시간) 독일전 2-0 쐐기골을 넣었다. 월드컵 통산 3골로 선배 안정환-박지성과 동률이 됐다.

경기가 끝나자 손흥민은 벤치에서 후배들이 기적을 일구는 모습을 보던 주장 기성용을 끌어안고 하염없이 울었다.

기성용을 대신해 주장 완장을 찼던 그는 “미안해서 운다”고 했다. 손흥민은 경기 후 보인 눈물에 대해 “선수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컸다”며 “부담감을 선수들이 나눠 가져준 데 대해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이어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는 말로 그간의 아쉬움, 성취감, 다음 대회에 대한 결기를 집약했다. 지기 싫어 울었던 브라질에서의 눈물과는 달랐다.

이번 대회 한국팀의 골은 모두 후반 추가시간에서 나왔다. 후반 추가시간 6분 만에 나온 손흥민의 득점은 한국 선수들이 월드컵 무대에서 가장 늦은 시간(연장전 제외) 성공한 골이기도 하다. 그만큼 멕시코전과 독일전에선 막판까지 투혼을 발휘한 것이다.

독일전에서 우리 선수들이 뛴 총 거리는 118㎞로 115㎞의 독일보다 3㎞가 많았다. 패스로 높은 점유율을 가진 독일의 벽을 넘기 위해 태극전사들이 체력이 고갈될 정도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한국은 스웨덴과 1차전에서는 전체 유효 슈팅수 ‘제로’ 불명예를 안았지만 이날 유효슈팅 수는 한국 5개, 독일 6개로 비슷했다. 불명예를 겪었기에 손흥민의 눈물이 더 뜨거웠을지도 모른다.

야구로 치면 9회말 투아웃부터 한국은 꽃을 피웠다. 한국선수들의 막판 투혼 때문에 앞으론 축구도 ‘90분부터’라는 말이 생길지도 모른다.

멕시코전에서 손흥민은 경기시작 92분에 호쾌한 중거슛을 멕시코 골문 모서리에 꽂아넣었고, 독일전에서는 93분에 김영권이, 96분에 손흥민이 한 골씩을 넣었다.

그간 비판에 시달리던 장현수는 수비형 미드필더의 중책을 맡아 11㎞를 뛰었다. 8.7㎞, 8.5㎞를 각각 뛰었던 1,2차전보다 30%나 더 뛴 것이다. 그라운드 위 11명의 선수 합계 118㎞는 이번 대회 최장급 반열에 속한다.

손흥민은 장현수도 끌어안았다. 지혜와 투혼, 애국심을 가지면 모두가 잘 할 수 있는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임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들은 92년생 손흥민과 91년생 장현수는 이제 아시아 대륙에서 열리는 2022 카타르월드컵을 본다. 지금까지 월드컵은 개최 대륙 소속 국가가 우승하는 경우가 절대적으로 많았다. 한국이 도하의 주인공이 되는날 손흥민은 울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