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저 정말 아니에요” 도화지같이 말간 얼굴에 진실만 담을 것 같은 쌍꺼풀 없는 눈으로 소녀의 한 마디가 모두를 홀린다. 하지만 마녀의 본성이 깨어난 순간 그 순수한 얼굴이 가장 공포스럽게 다가온다. ‘마녀’는 10년 전 의문의 사고가 일어난 시설에서 홀로 탈출한 뒤 기억을 잃은 고등학생 자윤(김다미)가 우연히 방송에 출연하게 된 후 귀공자(최우식)을 비롯해 의문의 인물들에게 휩싸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일명 ‘마녀’로 불리는 자윤은 박훈정 감독이 처음 내세우는 여성 타이틀롤답게 모든 능력을 갖춘 인물이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흔하게 봐왔던 슈퍼 히어로의 한국형 여성 버전이다. 기억을 잃었던 자윤이 자각을 하게 된 후 영화의 분위기는 180도 바뀐다. 여성 타이틀롤에 액션을 다뤘다는 점에서 지난해 개봉한 김옥빈 주연의 ‘악녀’를 떠올리게 하지만 스토리의 방향성은 전혀 다르다. ‘악녀’가 ‘모성애’에 발목이 잡혔던 반면 ‘마녀’는 그런 사정 따윈 봐주지 않는다. 자윤을 비롯해 닥터백(조민수), 명희(고민시), 귀공자 크루의 여성 멤버(정다은)까지 모두 주체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움직인다. 전후 사정없이 깔끔한 설정이 오히려 세련되게 다가온다. 특히 1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마녀’ 타이틀롤 자윤으로 발탁된 김다미는 앳된 외모로 반전을 극대화 시키고 섬세하게 변해가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본성이 깨어난 후 각성하는 순간의 표정이 강렬하다. 후반부를 책임지는 액션 신까지 깔끔하게 소화하며 괴물 신인의 탄생을 알렸다.

남성 느와르만 전문으로 해온 박훈정 감독은 ‘마녀’를 통해 여러 장르를 한꺼번에 보여준다. ‘마녀’의 전반적인 배경은 SF 장르지만 자윤이 기억을 찾는 과정은 미스터리하고 후반부는 완벽한 액션 영화가 된다. 색다른 소재를 여럿 장르와 연결시키니 볼거리는 풍성하고 여기에 ‘성악설’에 대한 철학적 물음까지 던진다. 다만 장르가 장르인지라 개연성은 사라졌고 속도 조절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닥터백이 있는 시설의 실체와 자윤에 대한 설명이 중반부까지 길게 이어지고 심지어 말로 전달되다 보니 지루하게 다가온다. 후반부가 돼서야 속도감 있는 전개가 이어진다. 또 액션은 분명 화려하고 멋지지만 강렬한 한 방이 없다. ‘악녀’가 스토리는 빈약했을지언정 오프닝 시퀀스나 오토바이 액션은 강렬한 기억을 남겼던 반면 ‘마녀’에서 핏빛만 기억이 날 뿐이다. 마치 일본 만화 실사 영화의 액션과 캐릭터를 본 듯해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15세 관람가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잔혹하다는 점도 마이너스다. 오는 27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