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시간 줄어든 만큼 소득 감소 근심 -“저녁만 있고 돈 없는 삶 걱정” 현실화 -일각에서는 “아직은 남의 나라 이야기”

[헤럴드경제=최원혁 기자] #. “장기 근속 휴가? 남성 육아 휴직? 여름휴가도 못챙기고 여성 육아휴직도 아직 쉽지 않은데…. 대기업들 근로시간 단축에 저녁이 있는 삶을 제공한다고 5시 강제 소등 어쩌고하는 소리 들으면 정말 남의 나라 얘기 같습니다.”(A중소기업 김모 부장)

#. “지금은 5시도 안돼서 퇴근을 하니까, 집에 가면 아이들이 좋아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놀수도 있고…. 그런데 수당이 줄어드니 뭐 먹고 살아야 할지. 까먹은 수당은 새벽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채워야 먹고 살것 같네요.”(비정규직 노동자 강모 씨)

일하는 시간이 줄어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린다며 두팔 벌려 환영하는 이들도 있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근무시간이 줄어든 만큼 소득이 줄어드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워라밸에 대한 기대는 높아지고 있지만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들은 임금 감소에 따른 ‘돈 없는 저녁’에 대한 걱정도 현실화되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으로 급여가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 휴일근무나 야간근무를 하는 것이 어려워져 각종 수당이 그만큼 줄어들 가능성이 커서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중소기업 지원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주당 52시간 이상 일하는 제조업체 직원들이 야근 등을 통한 초과 근무 시간은 주 평균 21.4시간이다. 다음달부터 주 52시간 근로시간 제한이 시행되면 초과 근무 시간은 9.4시간으로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제조업체 직원들의 월평균 수입은 296만3000원에서 257만5000원으로 13.1%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정규직은 초과 근무 수당이 줄어들면 소득이 급감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시행되는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근로자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출판회사에서 일하는 최모(29) 씨는 “워라밸이요? 직원이 늘지를 않는데 앞으로 줄어든 시간에 맞춰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라며 “야근 수당도 못받고 일거리를 싸 매고 집으로 가는 일이 허다해 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곧 여름 휴가철이 다가 오는데 아직까지 계획도 못세웠다”며 “워라밸과 함께 단축 근무제도가 도입됐지만 여름휴가는 여전히 눈치가 보인다”고 덧붙였다.

최근 사람인이 직장인을 대상으로 ‘여름휴가계획’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8.6%가 여름휴가 사용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여름휴가 사용에 부담을 느끼는 이유로는 ‘업무 공백에 대한 우려가 있어서(43.1%ㆍ복수응답)’가 최다였다. 이어 ‘팀 내 주어진 업무량이 과도해서(26%)’, ‘선배나 상사의 휴가에 맞춰야 해서(19.5%)’, ‘다들 휴가를 안가는 분위기여서(11.5%)’ 등이 뒤를 이었다.

다음달부터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길 수 없게 됐고 평일 최대 근무시간을 40시간으로 규정한 내용에는 변화가 없다. 취지는 좋지만 근로자들의 노동 여건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는 계속 나오고 있다. 공장 생산직으로 근무 중인 안모(45) 씨는 “현장 경험 하나도 없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탁상공론 같다”며 “저녁도 돈이 있어야 먹는건데, 더 일하고 싶은 사람들의 자유를 제한하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근로자들의 임금 삭감 우려를 줄일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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