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직원이 고객에게 무례한 행동을 했다면 직원을 내보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 직원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시면 고객을 내보내겠습니다.”

2015년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을 시작으로 백화점 점원이 고객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사건 등 갑질문제로 사회가 떠들썩했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힘없는 상대를 괴롭히는 갑질이 반복됐다. 이런 상황에서 2015년 말 당시 갑질고객을 공개적으로 거부하는 ‘공정서비스 권리 안내’ 문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크게 회자됐다.

누군가에겐 금쪽같은 자식이다 내용은 이렇다. “상품과 대가는 동등한 교환입니다. 우리 직원들은 훌륭한 고객들에게 마음깊이 감사를 담아 서비스를 제공하겠지만 무례한 고객에게까지 그렇게 응대하도록 교육하지는 않겠습니다. 우리 직원들은 언제 어디서 무슨일을 하든지 항상 존중을 받아야 할 훌륭한 젊은이들이며 누군가에게는 금쪽같은 자식이기 때문입니다. 직원에게 인격적 모욕을 느낄 언어나 행동, 큰 소리로 떠들거나 아이들을 방치하여 다른 고객들을 불편하게 하는 행동을 하실 경우에는 저희가 정중하게 서비스를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공정서비스 권리 안내문의 주요 단어 출현 횟수를 분석, 이를 ‘워드클라우드(Word-cloudㆍ등장 빈도가 높은 단어를 크게 보여주는 인포그래픽)’ 기법을 통해 시각화 했다. 직원, 고객, 서비스, 무례한 등의 단어 등장이 많았다.

그냥 지켜볼 수는 없었다

2015년 말 공정서비스 권리 안내문을 직접 작성한 인물은 글로벌 도시락 업체인 스노우폭스의 김승호 회장이다. 김 회장은 당시 본인 SNS계정에 올린 글에서 “무례한 고객 하나 때문에 (젊은 직원들이) 삶에 회의를 느끼고 일에 상실감을 가지고 좌절하는 것을 그냥 지켜볼 수는 없다”며 “직원들을 지켜 줄 사람은 나밖에 없기에 이런 의사 표현을 적극적으로 할 수 밖에 없었다”고 그 취지를 설명했다. 이후 스노우폭스 한국지사는 온라인 홈페이지에 공정서비스 권리 안내문 원본파일을 올려놓고 누구나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작은 움직임은 3년 새 우리 사회 곳곳으로 확산됐다.

전국으로 퍼진 공정서비스 권리 요구

현재 공정서비스 권리 안내문은 전국 다양한 업종에서 발견된다. 서울시 해산물 전문 식당의 메뉴판과 경기 고양시의 주점 입구, 대구시의 한 카페, 광주시의 미용실, 경북 구미의 횟집 화장실 등 서비스업계 곳곳에서 이 안내문을 찾을 수 있다. 그만큼 다양한 곳에서 갑질 행위가 벌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제주의 한 렌터카 업체는 지난해 말께 갑질고객의 차량이용을 거절한다는 공정서비스 권리 안내문을 매장에 내걸었다. 이 업체 측은 “고객의 과격한 언행으로 직원이 상처를 받는 경우가 빈번해 안내문을 비치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국내 최초로 공정서비스 권리를 내세운 스노우폭스 측은 이 안내문이 우리나라 서비스업 전체로 퍼져, 고객 갑질이 옳지 못한 행위라는 것을 인식시켰으면 한다고 했다. 백현주 스노우폭스 코리아 대표는 “서비스업 전체에 많이 전파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누구나 공정서비스 권리 안내문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지방에서 우연히 당구장이나 PC방 앞에 권리 안내문이 붙어있는 것을 본 적도 있다”고 밝혔다.

갑질 분노 커졌다

갑질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분노 표출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가 수집한 갑질 빅데이터에 따르면 인터넷상 갑질 게시물 수는 2013년 2만4411건에 불과했으나 조현아의 ‘땅콩 회항’ 이슈가 터지며 2014년에는 10만8820건으로 4배 넘게 늘었다. 갑질 언급량은 지난해에는 81만2251건으로 폭증했다. 이는 2013년과 비교해 약 33배 급증한 것이다. 갑질 게시물에 주로 사용된 키워드를 보면 ‘문화’(6843건)가 가장 많이 쓰였으며 ‘재벌’(5855건), ‘돈’(5147건), ‘권력’(2680건), ‘금수저’(2008건) 등의 언급이 많았다. 이 단어들은 주로 우리 사회 내 권력ㆍ부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서열주의와 재벌의 특권의식 등을 비판할 때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