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날이 성큼 다가왔다. 주말 곳곳에 겨우내 움츠렸던 몸에 활력을 불어넣는 이들로 북적인다. 필자는 마라톤을 몇 년 동안 취미생활로 즐기고 있다. 아주 잘 뛰는 것은 아니지만, 건강을 위해서 평소에 조금씩 연습하고 주말에는 대회에도 참여하면서 풀코스를 10회 정도 완주한 경험이 있다.

물론 처음부터 누구나 풀코스를 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호기롭게 마음만 먹고 도전했다가는 큰 부상을 입어서 달리기를 아예 접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5km, 10km를 수 차례 뛰어 보고, 자기만의 편안한 페이스를 찾게 되면 그때부터 거리를 점차 늘려 나가야 한다. 단거리 달리기에서 하는 주법과 호흡법은 분명 풀코스와 같은 장거리의 그것과는 차이가 난다. 예컨대 단거리는 뛰는 내내 모든 힘을 소진할 정도로 가쁜 숨을 몰아 쉬면서 혼신을 다해야 한다. 반면 마라톤은 42.195km라는 지루하고 외로운 나만의 장거리를 완주해야 한다. 초반에 모든 힘을 쏟게 되면 나중에 힘을 내려고 해도 완주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장거리를 달리는 동안 힘이 공평하게 분배되도록 꾸준하게 달릴 수 있는 체력이 필수다. 중간에 음식과 급수도 해주면서 떨어진 체력을 보충 해야 하고, 자기 체력에 맞는 편안한 호흡법으로 달릴 수 있는 나만의 전략도 필요하다.

마라톤과 가까운 투자법을 고른다면 적립식 투자를 꼽을 수 있겠다. 요즘 적립식 투자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비트코인 열풍 등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단기간에 목돈을 투자하여 일확천금을 꿈꾸는 이들이 많다. 단기간에 돈을 벌어서 그 자금을 지속적으로 짧은 시간에 재투자하여 계획했던 목표자금에 도달한 사람을 많이 보진 못했다. 돈을 단기간 투자해서 손실이 나면 금방 심리가 위축되어서 투자를 중단해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과거 2000년대 초반 대표적 자산증식 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던 적립식 투자가 금방 시들해 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적립식 투자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손실에 대한 투자자의 두려움이 더 컸다. 금융위기를 지나 고통스러운 시간을 겪으면서 끝내 투자를 중단했지만, 그 이후 시장은 어떻게 되었는가? 그 실망감으로 투자를 중단했던 사람은 결국 지금의 과실을 누리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투자에 실패를 거듭한 이들이라면 마라톤의 긴 호흡법을 배워보자. 금융시장은 늘 변화무쌍하고 우리가 생각한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일수록 단기 시장흐름에 흔들리지 않고 일정한 시기에 꾸준하게 돈을 불입하면서 매입단가를 낮춰보면 어떨까. 당장 큰 돈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승 사이클을 타게 되면 그 위력은 생각보다 크다. 변동성이 지속되는 장세에서는 납입을 지속하여 시장이 안정세를 찾고 성과가 양호할 때까지 기다리는 자세가 요구된다. 마라톤 완주를 위해서 달리기만을 할 수 없다. 가끔 등산도 하면서 기초 근력을 키워야 하고, 균형된 식단으로 신체의 발란스도 맞춰야 한다. 한가지 상품에만 투자하는 쏠림 투자를 하게 되면 변동성이 높은 시장에서 단기충격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여러 나라에 분산 투자하여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투자와 마라톤은 많은 인내가 필요하다. 최근 몇 년 동안 금융시장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호황 국면을 맞았다. 하지만 올해 시장은 미국을 중심으로 금리인상이 본격화 되면서 결코 순탄하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많다. 영원히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상품은 없다. 시장은 늘 변화하기 마련이고 한번의 투자 성공이 우리를 영원한 부자로 만드는 것도 아니다. 정기적으로 전문가와 상담도 해야 하고 문제가 있는 상품은 적절한 시기에 교체하는 리밸런싱 전략도 필요하다. 투자라는 긴 마라톤 레이스에는 늦은 때란 없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세판에서 잠시 눈을 떼고 투자의 큰 그림을 생각하는 여유를 가져 보자. 나만의 투자 계획을 세우고 장기적 안목으로 꾸준히 실천해 나간다면 보다 건강한 투자 궤도에 올라와 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적립식 투자라는 튼튼한 신발 끈을 동여 매고 따뜻한 봄날을 질주해 보자. 인고의 투자 레이스를 극복하면서 이윽고 찾아올 골인 지점의 환희를 만끽해 보자


par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