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매관매직’은 ‘부패’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큰 이권이나 거액의 돈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지위에 대한 매관매직은 치명적이다. 남의 돈을 관리하는 금융회사나, 나랏돈을 운용하는 국책금융기관의 도덕성이 중요한 이유다. 이 곳들이 권력과 탐욕에 흔들리면 그야말로 끝장이다.
이팔성(74)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성동조선에서 20억원을 받아 이명박(MB) 전 대통령 측에 건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전 회장이 돈을 건내 받은 이후 우리은행을 포함한 금융권에서는 성동조선에 대한 천문학적 지원이 이뤄졌다.
성동조선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이 전 회장이 MB 측에 돈을 건낸 2007~2008년 동안 장・단기차입금이 1734억원에서 6553억원으로 급증했다. 우리은행의 여신도 996억원에서 1704억원으로 늘어난다. 이 전 회장은 2008년 6월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한다.
글로벌금융위기로 직격탄을 맞은 성동조선은 2009년부터 경영실적이 급속도로 악화된다. 영업적자에다 환손실까지 겹쳐 완전자본잠식에 들어간다. 이 해 금융권 차입은 1조3812억원으로 전년대비 배 이상 증가했다. 우리은행 여신도 2862억원으로 불어났다.
성동조선은 2010년 채권단 자율협약(워크아웃)에 돌입했다. 금융권 차입은 늘었지만 경영개선이 이뤄지지 않자 채권단은 2011년 삼정회계법인에 실사를 의뢰한다. ‘청산’ 판정이 나왔다.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를 무려 1조원 넘게 웃돌았다. 그런데 대주주이던 수출입은행이 이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안진회계법인에 다시 실사를 의뢰한 결과는 ’존속’이었다. 이 전 회장은 MB 정부 당시 ‘금융4대 천황’ 가운데서도 으뜸으로 꼽히던 인물이다. 당시 수출입은행장들은 청와대에서 사실상 인사권을 갖는 관료 출신이었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우리은행장을 지냈던 이종휘 행장은 이후 신용회복위원장,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 등을 역임한다. 미소금융은 MB정부의 핵심 사업이다.
2010년 1조5521억원이던 장・단기 차입금은 2012년 3조원까지 불어난다. 우리은행의 여신도 3096억원에서 6209억원으로 급증한다. 당시 우리은행은 타 시중은행 대비 부실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 전 회장이 퇴임한 2013년 이후에야 우리은행은 성동조선에 장기로 빌려준 돈을 단기로 전환하며 회수에 나선다. 2016년말 우리은행의 성동조선 여신은 97억원(장기)이다. 최근 금융당국과 수출입등은 성동조선에 대해 법정관리 신청방침을 정하면서 지난 8년에 걸친 천문학적 자금지원의 악연을 끊게 됐다.
현재 검찰은 관계자들의 진술과 문건 등을 토대로 성동조선 측 불법자금을 이 전 대통령 측에 전달한 대가로 이 전 대통령이 이 전 회장을 우리금융지주 회장 자리에 앉힌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또 거액의 뒷돈 대가로 이 전 대통령이 성동조선 부실경영을 눈감아 주고 지원하도록 영향력을 미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