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상식을 가졌다면 비판받아 마땅할 일이다. 그런데, 실화다. 평창 선수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1일 12시∼12시 30분 사이 중앙무대 인근에서 보안(SECURITY) 유니폼 입은 남성 2명이 자기들끼리 장애인이 걷는 모습을 흉내내면서 메인 엔트리를 향해 이동했다. 장애인을 비하한 것으로 보이는 걸음 걸이였다고 이 관계자는 확인했다.
사건 바로 다음 날인 12일 오전, 이들 인력을 관리하는 업체는 사실 확인 후 페이스북 페이지 등을 통해 즉각 사과했다. 선수촌 전역을 돌며 해당 근무인력 전원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장애인 응대 요령 등 품행 전반에 대한 교육 또한 재차 완료한 것으로 파악됐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1988년 ‘장애자(者) 올림픽’이라며, 장애란 단어 옆에 당당하게 ‘놈 자(者)’를 붙여 현수막을 내건 우리는 30년 간 얼마나 바뀌었을까. 패럴림픽에 관심이 있었을까.
#개막일도 잘 몰랐잖아요
평창패럴림픽 개막 1주일 앞둔 지난 3월 2일, 리얼미터가 한 매체 의뢰로 전국 19세 이상 성인에게 물었다. “패럴림픽 개회식이 언제 열리는지 아십니까?” 3명 가운데 2명 꼴인 66.4%가 잘 모르고 있었다.
이 뿐 아니다. 정부는 작년 3월부터 9월까지, 두 달 간격으로 4차에 걸쳐 패럴림픽 관련 국민 인지도를 조사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조사가 거듭될 수록 패럴림픽 개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 비율은 대체로 낮아졌다.
패럴림픽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1차 조사땐 24.9%, 4차땐 22.9%였다. 반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았던 셈이다.
#입장권 매진? 그래서 노쇼는? 물론, 개막일이 임박하자 ‘패럴림픽 입장권 매진 임박’소식이 곳곳에서 들렸다. 그리고 개막 나흘이 지난 13일, 평창 조직위는 “12일까지 판매된 입장권이 목표치의 146%였다”고 홍보했다. 32만 장이 팔렸다고 한다. 만석에 가까울 것으로 ‘당연히’ 예상되는 좌석 현장은 14일 현재 아래와 같다.
다른 경기장에도 듬성듬성 빈 좌석이 보인다.
13일 아이스하키 경기 한국-미국전 경기다. 관객 앞뒷줄이 비어있다.
13일 휠체어컬링 경기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관계자는 14일 타파스 팀과 통화에서 “빈자리는 많았는데 표가 없어서 관람을 못했다며 우리에게 문의하는 분들이 여럿 있었다”고 말했다.
강원도 지역 매체들은 “노쇼의 원인은 지자체 등이 단체로 산 입장권이 전체 판매량 80%를 차지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내부 자료라고 안 주시더라고요” 無관심은, 有관심으로 바뀔 수 있을까. 장애인 단체를 대하는 지자체의 대응을 보자.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1월 말 한 보고서를 냈다. 패럴림픽 준비과정이 여전히 미흡하다며 조목 조목 지적했다. 강원도 내 장애인 편의시설이 태부족이란 점도 꼬집었다. 강원도는 시설 정비를 끝냈다며 작년 말 보도자료를 냈다. 그러나 그 뒤, 구체적인 것은 알 수가 없다.
“얼마나 개선 됐는지, 뭘 어떻게 고쳤는지, 구체적인 자료를 강원도에 요청했었어요. 그런데 내부자료라 공개 하지 않는단 말만 하고, 그 이후에도 답신을 받은 적은 없었어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관계자)
장애인 단체도 잘 모르는 패럴림픽 시설 개선.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장애人을 장애者로 보는 시선
흔히 ‘일반(정상)인’으로 잘못 불리는 비장애인에겐 해프닝(?)일 수 있는 일도, 장애인 당사자에겐 씻기지 않는 상처다. ‘장애인 흉내’를 냈다는 그 선수촌 근무 인력은, 아직 안 나타나고 있다.
선수촌 보안팀 관계자는 13일 타파스 팀과 전화 통화에서 “저희 측 인원이 장애인을 비하하는 것(걸음걸이)으로 충분히 보일 수 있는 행동을 했다. 목격자 제보를 받고 진술을 들은 뒤 해당 인원을 색출하려 했으나, 증거 및 사진이 없어서 잡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건이 발생한 중앙무대는 CCTV가 없는 구역으로, 구체적인 행동 등의 확인은 불가능했다. 추가적인 목격자는 아직 없었다”고 덧붙였다. 관리업체 측은 해당 건의 추가 제보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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